[김호이의 사람들] 미나가와 아키라 "생활비 벌기 위해 어시장서 참치 손질…안목 생겼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5-02-24 09:2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100년 가는 브랜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브랜드 ‘미나페르호넨’은 미나(mina) 핀란드어로 ‘나’라는 뜻과 나비를 의미하는 페르호넨이라는 뜻으로 만드는 사람도 입는 사람도 ‘나’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졌다. 미나페르호넨의 창업자 미나가와 아키라는 열여덟 살 때 파리에 체류하던 중 파리 컬렉션의 백스테이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계기가 되어 일본으로 돌아가서 봉제학원에 갔다. 거침없이 잘려가는 천의 밝은 단면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며 패션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 후 한 분야에 정성을 다하는 일본의 장인 문화와 미나가와 아키라의 신념이 어우려져 지금의 미나페르호넨이 만들어졌다. 미나가와 아키라와 이야기를 나눴다.
 
미나가와 아키라 사진 Shoji Onuma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미나 페르호넨 창업주 미나가와 아키라 [사진= Shoji Onuma]

 
어떻게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관심이 미나페르호넨의 창업으로 이어졌나

- 처음 방문한 해외는 파리였다. 그때 잠시 다녔던 어학원 친구의 권유로 쇼 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모델에게 맞춰 길이를 맞추고 치수를 맞추는 등 아직 패션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고, 제 자신이 너무 서툴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때 잘 안 되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으면 작은 성장을 기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서툰 것을 오랜 시간 쌓으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도 생겼다. 잘 못하는 일이라 중도에 그만두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미나페르호넨 브랜드를 세상에 각인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 텍스타일은 오리지널로 만드는 것, 그 텍스타일의 디자인을 수작업으로 하는 것은 브랜드 설립 당시부터 이어져 왔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면서 그 텍스타일 디자인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일본에서는 약 30년에 걸쳐 조금씩 알려지게 됐다. 해외에서도 처음부터 잘 되지 않더라도 그 나라의 문화를 알고 활동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취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창업주로서 본인의 취향이 브랜드 구축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어떤 경험들이 브랜드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 저는 요리하는 것이 취미다. 요리는 한 가지 요리가 정해지면 재료를 고르고, 그 재료들을 조합하고, 영양의 균형, 식감, 온도 등을 고려해 조리 방법을 결정한다. 재료에 어떤 손질을 가할 것인지, 그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예상하여 조리 도구를 정하고 전체 과정을 생각하며 요리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다른 요리와의 조합을 생각하면서 접시에 담거나 테이블을 정리하여 식사를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섬유나 옷을 만드는 과정과 대체로 비슷하며, 요리를 하면서 옷 만들기에 대한 생각을 더 깊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브랜드 설립 당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시장에서 참치를 손질하는 일을 4년간 했다. 그 일을 통해 재료를 보는 안목의 중요성과 재료를 낭비하지 않는 생각을 배웠다. 생선 부위의 효율적 활용에 대한 고민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료의 효율적 사용과 낭비를 없앤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나가와 아키라 디자인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상상력과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디자인으로 연결하고 있는 것. 애용자들이 디자인을 통해 기쁨을 얻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디자인 감각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한 비결이 궁금하다
- 눈과 손으로 많은 것을 보고 만지고 사용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속에서 만든 사람의 마음을 느끼고, 디자인의 형태가 가진 아름다움과 기능의 균형을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오래된 물건이라면 당시의 사회와 기술에 대해 상상하고 검증해보는 것도 배울 점이 있다. 그것들 하나하나의 디자인을 자신의 생활공간 안에서 조화 또는 대비시켜 경관을 만들어가면서 일상생활을 통해 자신만의 디자인 사상을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사진 ㈜이음해시태그 윤현기 작가ⓒHyeonki Yoon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사진= ㈜이음해시태그, 윤현기 작가ⓒHyeonki Yoon]


100 년이 지나도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계신가
- 입는 사람이 삶의 기억을 옷에 담을 수 있는 텍스타일과 옷의 형태를 고민하고 싶다. 거기에 담긴 텍스타일의 스토리가 입는 사람의 기억과 연결되고, 미나페르호넨 옷을 입었을 때의 시간이 소중한 추억이 된다면 입는 사람에게 소중한 물건이 되어 오래도록 소장할 수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시간을 도와드릴 수 있도록 리폼이나 수선 등의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며, 그것을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세상에 공개된 디자인 아이디어 중 특별히 의미 있는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달라
- 저는 생활 속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예를 들어, 낙엽이나 구름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여백의 시간 속에 잠기거나 여행지 등등, 책임감에서 벗어난 시간 속에 있을 때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그럴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기분이 좋아진다. 먼저 스케치를 하고 디자인 그림을 그린다. 스케치 후 바로 텍스타일 패턴이나 아이템이 되는 것도 있고, 실제 디자인으로 구체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다. 씨앗의 방의 전시품에 한 가지 예가 있다. 아틀리에 직원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갔을 때, 갑자기 비가 쏟아졌을 때 비닐 쓰레기봉투를 잘라 비옷 대신 입었던 적이 있다. 그 쓰레기봉투를 입은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져 그 후 드레스를 만들었다. 그 완성된 드레스와 트왈(Toile)을 전시하고 있다.
 
미나가와 아키라가 생각하는 ‘행복한 옷’은 어떤 옷인가요? 또한, ‘좋은 옷’의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 착용함으로써 그 사람만의 개성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 더위, 추위 등 기후에 대한 기능도 갖추면서, 닳아 없어질 때까지 애용자가 많이 입는 것이 옷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입는 것, 사는 것, 살아가는 방식이 그 사람답다는 해석을 하고 싶다.
 
본인의 디자인 능력이 타고난 재능의 결과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노력의 결과라고 보나. 요즘 가장 큰 관심사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인가
-패션스쿨을 다닐 때는 주변 학생들보다 서툴고 못하는 게 많은 학생이었다. 어떤 일이든 노력과 연구로 조금씩 나아지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주변 협력자들과 함께 같은 방향과 목적을 향해 나아갈 때 개인의 힘을 넘어서는 일을 할 수 있다. 저 역시 타고난 재능보다는 노력과 협업을 통해 지금의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관심 있는 것이 많지만, 요리에는 재료, 만드는 것, 담는 것, 먹는 것 모두에 관심이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어떤 사람을 선호하나. 인간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 정직한 사람. 시도하는 사람. 포기하지 않는 사람. 건전한 의문을 가진 사람이 모노즈쿠리(혼신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에 필요한 인간성이라고 생각한다. 동료들과 서로의 생각과 이상을 공유하고 하나로 연결해나가며 일을 하고 싶다.
 
다양한 협업 요청 중에서 어떤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선택하나
- 협업을 할 때는, 서로가 잘하는 분야가 있고, 그 분야가 다른 상대와 협업을 하면 서로가 평소에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개성과 특기를 살리면서 서로를 존중하면서 협업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나가와 아키라에게 살아가며 일하고, 창작하며 만드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잘 일하고, 잘 만들며, 잘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 창작하고 만들어내는 것은 제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애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자에게도 그 과정의 시간이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 생산자, 애용자 모두에게 기쁨과 가치를 가져다주는 모노즈쿠리(혼신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를 할 수 있다면 디자이너로서 잘 살고, 잘 만들고, 잘 일한 것이 아닐까 싶다.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사진 ㈜이음해시태그 윤현기 작가ⓒHyeonki Yoon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사진= ㈜이음해시태그, 윤현기 작가ⓒHyeonki Yoon]


좋아하는 일을 오래 지속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긴 시간 동안 일을 하며 깨달은 진리가 있다면 뭔가
- 잘 안 될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면서 계속하는 것이다. 당장 해결되지 않는 문제나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해결하려고 계속 움직이면 적어도 거기서 깨달음과 미래를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제2의 미나페르호넨을 꿈꾸는 브랜드 창업가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 인생이나 문제의 반환점에 섰을 때, 가장 어려운 일이나 남들이 그만두려고 하는 일이 있다면 솔선수범해서 시도해 보았으면 좋겠다. 거기에는 아직 세상에 없는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정성껏 발굴하고 새로운 사회적 가치가 될 때까지 따뜻하게 키워주셨으면 좋겠다.
미나가와 아키라 사인 사진 김호이 기자
미나가와 아키라 사인 [사진= 김호이 기자]


본인이 생각하는 기업가로서의 자신, 디자이너로서의 자신,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의 자신은 각각 어떤 모습인가
- 기업가로서는 산업 전체를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가치를 사회에 창출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 디자이너로서는 새로운 관점에 대한 관찰을 계속하여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고객의 기쁨을 내가 만들어내는 디자인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는 모노즈쿠리(혼신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를 통해 나를 알고 또 관찰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내 삶의 시간이 디자인 창작을 통해 누군가의 기쁨으로 전환되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미나가와 아키라의 꿈은 무엇인가. 미나페르호넨의 창업자나 디자이너가 아닌, 불리고 싶은 또 다른 호칭이 있다면 뭔가
- 꿈은 자신과 동료들의 생각이 지속적으로 디자인과 창조의 세계에서 사회의 기쁨을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의 기쁨이 모노즈쿠리(혼신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와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기억의 순환을 통해 창조된다는 것을 서로 이해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특별히 불리고 싶은 호칭은 없다.
 
마지막으로, 삶을 디자인하며 살아가는 모든 라이프 디자이너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각자의 삶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한 방울의 빗방울이 호숫가에 떨어지는 파문처럼 사회 속에 떨어뜨려 놓으면 서로의 생각과 행동이 겹쳐지고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의 공유와 가치관의 공유가 자유로워지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좋은 생각이 사회 공통의 가치로 바뀔 수 있도록 의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나가와 아키라와 사진 김호이 기자
미나가와 아키라와 [사진= 김호이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