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서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세계화·반중국이 핵심인 ’아메리카 퍼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통해 속도감 있게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취임 후 한 주 동안 서명한 행정명령은 첫날 46개를 비롯해 총 60개다. 8년 전 취임 첫 주 서명한 17개보다 4배에 이른다. 트럼프가 선거기간 동안 내건 경제 관련 공약과 취임 후 행정명령을 통해 내건 경제정책들이 얼마나 실효 현실성 있고 ‘포퓰리즘‘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약 일부가 ‘빈말’, 일부는 블러핑일 수 있다.
기업인 출신답게 그는 경제 관련 첫 퍼포먼스가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였다. 취임 다음 날 그는 소프트뱅크 수장 손정의,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 오라클 대표 래리 엘리슨과 함께 인공지능 이니셔티브 ‘스타게이트’를 발표했다. 세 기업이 향후 5000억 달러를 투자해 AI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또 정부기관에 '미국이 글로벌 AI 지배력을 유지하고 강화할' 정책을 세우도록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중국발 AI 충격이 발생했다. 중국 딥시크(DeepSeek)는 오픈AI가 개발한 모델보다 비용이 10분 1밖에 들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검열하고 미국 기업 데이터를 도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스위스 고급지 NZZ는 “딥시크가 화웨이와 틱톡 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딥시크의 AI 개발이 진실이라면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우리 산업이 이기기 위해선 더 맹렬히 경쟁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미·중 AI 패권전쟁 신호탄이 된 셈이다. 트럼프는 또 개인적으로 투자한 암호화폐와 관련된 정책그룹을 설립하라는 행정명령도 내렸다. 그만큼 신기술에 관심이 크다.
트럼프가 대선 동안 가장 격렬하게 언급한 정책이 보복관세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 제품에 25%, 중국에 추가 10%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미국 WSJ는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또 4월 1일까지 상무부 등 여러 정부기관에 무역문제 목록보고서를 요청하는 행정명령도 발표했다. 그가 대선 동안 언급한 유럽연합(EU)이나 우리가 포함될지 두고 볼 일이다. 그의 징벌관세에 대해 인플레이션과 미국 소비자와 기업 부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어 트럼프는 에너지정책에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을 확대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억제하는 방향이다. 바이든 정부 정책을 뒤집는 에너지 관련 행정명령을 6개 발표했다.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포함한 알래스카에 석유 시추를 발표했고, 풍력발전 단지에 대한 연방정부 허가 동결을 명령했다. 전기자동차를 장려하는 바이든 행정명령을 폐지했다. “기후위기는 허구”라고 주장하는 크리스 라이트를 에너지장관에 임명했다. 그는 또 파리기후 협정에서 다시 탈퇴했다. 기후위기를 인정하지 않는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이 폐기되면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관련 산업 발전이 후퇴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명령이 곧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연방규정을 다시 시행하기 위해 법적 절차가 있어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며 또 법원을 통과해야 한다. 트럼프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권한을 행사하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대통령 권한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트럼프 에너지정책의 큰 문제는 미국이 이미 세계 최고 화석연료 생산국인데도 불구하고 더 많이 생산하면 가격이 낮아지고 이익이 줄어들어 미국 기업들이 반기지 않게 된다. 바이든 정부에서 에너지장관을 지낸 제니퍼 그랜홈은 “트럼프의 친화석연료 정책은 중국을 이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태양광, 풍력, 자율주행차 등 중국이 선도하는 그린테크놀로지 발전을 조장하기 때문.
미국 대선 동안 또 가장 ‘핫(hot)'한 주제였던 반이민 정책 역시 패러독스다. 그의 정치정체성의 중심이고, 대선 내내 대대적인 정책 변경을 약속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멕시코 국경을 넘는 위험한 이민자들에 의해 침략당하고 있다”며 12개 이상 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민단속국 요원들이 교회, 학교, 병원을 급습하는 것을 막는 바이든 정책을 재빨리 없앴다. 트럼프는 또 이미 미국 입국 허가를 받은 난민 수천 명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임시’ 합법 체류자 100만명을 추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출생시민권을 축소하려는 공약은 한 연방 판사가 ‘위헌’이라면서 재빨리 막았다. 미국의 ‘혼’은 프런티어로 이민국가에서 나왔다. 트럼프 스스로 독일 이민자 후손이며, 일론 머스크 역시 남아공 출신이며, 구글 등 수많은 빅테크 창업자들이 이민자로 성공했다. 반이민 정책은 미래 성장의 싹을 자르는 패러독스가 될 수 있다.
‘기승전 반중국’이라는 트럼프 경제정책이 아이러니하게 중국에 유리한 국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독일 고급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트럼프 경제정책이 중국을 이롭게 하는 패러독스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트럼프가 내건 국정 방향 ‘아메리카 퍼스트’는 과거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추구한 징벌 관세와 제국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취임사에서 유일하게 매킨리 대통령을 칭송했다. 트럼프가 현대판 제국주의의 길을 가기 때문에 갈등과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반전쟁과 군축을 제안해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다. 관세와 캐나다·그린란드 합병 같은 국수주의 및 제국주의 정책에 대해 국내외에서 부정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논설위원은 “트럼트 경제정책은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그레그 그랜딘 교수는 “다방면으로 호전적인 제국주의 방향은 더 많은 대립, 더 많은 위기, 더 많은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가 제시한 '영구평화론'에 역행하고 있다. 더 많은 교류, 국제동맹 협력, 공화정 방향과 어긋나고 있다.
그럼 트럼프의 국수주의 경제정책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당장 큰 우려는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 관세 폭탄의 유탄이 우리 경제에 떨어질 수 있다. 중국이 저가로 밀어내기 정책을 펴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전기차 저가 공세가 시작되었다. 잘 대처하지 못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같이 우리도 경제 불황에 접어들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MAGA’ vs ‘시진핑의 대국굴기’의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1980년대 미국 vs 일본의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가 새로운 먹거리 반도체 기회를 잡았듯이 세 가지 기술 산업 분야에서다. 먼저 가장 핫(hot) 이슈인 AI 미·중 패권전쟁에서 새 기회를 잡는 것이다. 글로벌 AI 혁신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 이를 위해 AI 생태계 조성과 더불어 스타트업 도전으로 제2 정주영 창업가이자 한국판 샘 올트먼 출현을 말한다. 공교롭게 AI 충격 시기마다 우리는 두 번이나 대통령 탄핵을 겪었다. 2016년 구글의 알파고와 2025년 중국 딥시크의 충격에 박근혜와 윤석열 탄핵이다. 2016년 이세돌과 2017년 중국 바둑왕 커제가 알파고에 완패한 이후 시진핑 주석은 국가 핵심 정책으로 AI 생태계를 조성해 딥시크가 나올 수 있었다. 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도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어 최첨단 방산과 항공산업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다 중국의 대만 모의 공격 등 세계에 수많은 분쟁 지역이 증가하고 있다. 스웨덴 평화연구소는 ”2023년보다 더 많은 무기가 판매된 적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미국에 한국의 조선산업 지원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프랑스·독일이 합작해 성공한 민항기 ’에어버스‘처럼 한·일도 최고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민항기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산업, 즉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분야다. 문재인 정권 같은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유럽연합(EU)은 원전을 친환경에너지 분야로 선정했고, 미국의 빅테크 구글과 아마존도 SMR에 올인한다. 제본스 패러독스처럼 AI 산업이 발전할수록 거대 전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시진핑의 중국 경제는 신기술 굴기에도 불구하고 위기일 수 있다”면서 “옛 방식을 답습한다”고 지적한다. 창의적이지 못하고 미국 방식을 모방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중국을 공격하는 이유라는 분석이다. 미·중 경제전쟁은 더욱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국가 존망은 새 리더십에 달려 있다.
김택환 작가
국가비전전략가와 독일전문가·산림청 자문위원으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한 20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에서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강사로 미래전환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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