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주요 업종별 단체와 마련한 '미(美) 신정부 출범에 따른 산업별 영향 및 대응방향'을 공개했다.
반도체 업종의 경우 미국의 신정부 출범으로 대중 고율 관세와 보편 관세에 따른 전반적인 관세 인상이 IT 완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글로벌 수요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집적회로(IC) 수출은 전체 수출의 약 7.5%(106억8000만 달러)로 반도체 관세 부과 시 수요 감소, 가격경쟁력 약화 등 직·간접 영향이 예상된다.
또 최근 ‘딥시크’ AI 모델 출시를 계기로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저사양 AI칩 등 레거시 칩과 장비로의 수출통제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배터리, 위기·기회 요인 상존
배터리 산업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2기의 통상, 안보정책이 위협요인도 있지만, 미국 현지에 생산체제를 구축 중인 우리 업계에 기회요인도 상존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 에너지 해방(Unleashing American Energy)’ 행정명령을 통해 △전기차 의무 폐지 △그린뉴딜 종료 등을 조치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산 배터리 제품 관세 인상 시 우리 업계의 가격경쟁력 상승이 중국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핵심 역할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대중 견제 시 핵심광물에 대한 수출통제 강화로 흑연 등 대중국 공급망 탈피가 어려운 품목의 수급 차질이 예상된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30D) 폐지는 가능성이 높고 생산세액공제(AMPC) 폐지는 포함되지 않은 만큼,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정부와 배터리협회는 미국이 최근 한달간 관세 부과를 보류한 캐나다에 관세를 다시 부과할 경우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셀에 대해 미국 외 국가(유럽 소재 고객 공장 등)에 수출 가능한지 검토에 들어갔다. 또 협회와 배터리 3사 중심으로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하고 미국 내 싱크탱크를 활용한 한·미 배터리 협력의 중요성을 전파한다는 방침이다.
조선 산업에 대해서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재건 협조 요청 시, 노후화된 현지 조선소 현대화 등 협력이 필수적이나 조선업 특성상 상당 기간 소요 예상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해양 경쟁력 강화에 따른 군함 MRO 수주 확대와 신조 수주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정부는 범부처 협의체를 중심으로 한·미 조선협력의 효율적 대응을 위한 민·관 협의체의 구성과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車, 미국 생산기반 강화…인니·베트남 등에 투자 확대
자동차 분야는 미국이 보편관세(10~20%) 도입 시 우리나라의 높은 대미 수출 편중도(50% 이상)로 수출물량 유지가 어렵고 수익성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멕시코산 관세(25%) 부과 시 현지 공장의 대미 완성차 수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 부품공급 차질 등으로 미국 내 완성차 가격경쟁력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아울러 IRA 정책 폐기·축소로 전기차 보조금 폐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지 투자를 이미 시행한 우리 완성차·배터리 기업의 기대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자동차 협회는 대미 투자확대 등 현지화 노력을 강화하면서 아세안 등 타지역으로 투자·수출을 다변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은 앨라배마·조지아 및 매타플랜트 생산공장, R&D 시설 등을 통해 미국에 약 200억 달러 투자와 57만명 고용 창출이 예상되며 배터리 업계도 2027년까지 총 512억 달러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또 시장 다변화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에 완성차(15만대 규모), 베트남에 연간 20만대 규모의 CKD(Complete Knock Down) 공장 등을 운영하고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철강 산업은 미국 상무부가 철강 232조 재조사 여부를 검토하는 등 한층 강화된 수입방어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리나라에 부여한 연간 263만t 무관세 쿼터 축소 시 현지에 있는 현대기아차, 삼성, LG 기업에 대한 소재 공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철강 수요산업별 행정명령을 분석해 한국 철강제품의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한 기여방안 논리를 수립하고 올 상반기 미국 정부, 상·하원 의원, 싱크탱크 등을 대상으로 한국산 인식 제고를 위한 아웃리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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