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핀테크 산업은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려면 규제 완화와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다. 협회는 핀테크사들의 해외 진출 지원을 강화하고 규제 완화를 위해 규제당국과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근주 핀테크산업협회장은 올해 한국 핀테크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기술로 인공지능(AI)을 꼽았다. 이 협회장은 IBK기업은행 스마트금융부장과 핀테크산업협회 설립준비국장, 한국간편결제진흥원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4·5대 핀테크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다.
-핀테크산업협회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대한민국 금융의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520여 개 핀테크 기업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국내 최대 핀테크 협회다. 우리 협회는 금융과 IT가 용광로처럼 융합되는 역동적 핀테크 생태계를 조성·발전시켜 국민 후생을 증진하고, 금융산업과 국민경제 발전에 공헌하기 위해 설립됐다."
-한국 핀테크 기업들의 약점과 강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 5G 네트워크와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는 것이 한국 핀테크 시장의 장점이다. 모바일 결제와 디지털 뱅킹 서비스도 보편화돼 있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높은 수용성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의 금융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지원 정책도 스타트업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수한 IT 인재와 벤처캐피털 환경이 핀테크 산업 성장을 이끌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그러나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 글로벌 경쟁력 부족, 보안 문제는 여전히 도전 과제다.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면 한국은 글로벌 핀테크 허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연임 이후 가장 공들였던 활동이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연임 이후 핀테크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에 가장 공들였다. 국내 핀테크 기업이 서비스 수요가 큰 국가에 진출해 고객층을 넓히고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향후에는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동남아·중동 등 신흥 경제권으로 확장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국내는 이미 높은 금융 접근성과 기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핀테크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이에 비해 동남아나 중동과 같은 신흥 경제권은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 초기 단계에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 협회는 2022년부터 해외 전시회 공동관 운영, 해외 IR 참여 지원, 비대면 학술행사 등 해외 진출 지원을 하고 있다. 2023년에는 아시아 핀테크협회 대표단과 간담회를 하고 아시아 지역 핀테크 생태계 구축에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를 구체화해 ‘아시아 핀테크 얼라이언스(Asia Fintech Alliance·AFA)’도 출범해 아시아 진출을 돕고 있다.
AFA를 통해 세미나,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고, 업무협약 체결 등 민간 차원에서 각국 간 네트워크 구축과 정보 교류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홍콩, 일본, 미국 상무국 등과 세미나, 콘퍼런스콜 등 매년 15회 이상 만남을 주선 중이다. 특히 중소 회원사들이 해외 진출에 관심이 많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핀테크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과 유연성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협업 강화, 기술 혁신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핀테크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시장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경직된 규제는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의 상용화를 지연시키는 요소다. 샌드박스 제도를 확장하는 등 규제 환경의 유연성을 강화해 신생 핀테크 기업의 초기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각자가 가진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사용자 중심적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 마련으로 다양한 핀테크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해외 핀테크 기업·금융 기관과 협력을 확대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AI·블록체인·빅데이터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 확대도 필수다."
-한국 핀테크 시장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기술은.
"최근 한국 핀테크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기술 트렌드는 단연 AI다. 각 기업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하나둘 선보이고 있는데 벌써 금융서비스의 개인화, 안전성 강화 등에 큰 기여를 하고 있어 앞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빅테크들도 AI 기술 활용을 강화하고 기존 서비스에 생성형 AI를 적용해 새로운 성장 동력과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빅테크사, 금융사와 합종연횡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국내 핀테크 기업이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서비스 발전 중심에 있을 AI 기술과 핀테크에 주목해 봤으면 한다.
핀테크 산업은 기술 기반으로 혁신과 경쟁이 이뤄지는 산업이다. AI, 블록체인, 빅데이터가 향후 핀테크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게 될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은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협회가 핀테크 기업들을 돕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빅테크라 불리는 중대형사와 창업 3년 이내 초기 스타트업이 협회의 주요 회원 기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대형사의 최대 이슈는 규제 완화다. 협회는 핀테크·전자금융업 대정부 공식 소통채널로 협회 내 6개 협의회, 11개 분과 40여 명에 이르는 자문교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의 공통된 정책이슈를 발굴하고 업계 의견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 회원사는 투자자 유치와 인력, 외부 자문 등 성장 지원과 해외 진출에 관심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공통적으로는 기업들을 위한 외환전산망 공동 운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회원사들이 사업 수행 시 소요되는 비용 부담 이슈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협회가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 내놓은 정책 제안은.
"핀테크 산업은 전통적인 금융업의 규제와 보수적인 환경에서 성장해야 하므로 협회는 규제 완화와 혁신적 제안을 통해 핀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서 협회는 금융플랫폼 서비스와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을 제안해 2023년부터 대환대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서비스는 21만4000명이 이용하며 평균 금리 하락과 이자 절감 효과를 봤다.
협회는 보험, 펀드 비교 서비스 등 혁신 금융서비스를 제안하고 정부와 협력 중이다. 협회는 전자금융사업자들을 위한 규제 개선과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제정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티몬·위메프 사건과 같은 문제로 인한 과도한 규제가 영세한 핀테크 업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국과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올해 협회 목표는 무엇인가.
"핀테크산업협회는 올해 정책, 회원, 협회 기반 조성을 3대 목표로 삼아 회원사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9년간 핀테크 산업 생태계 조성과 외연 확장에 힘썼지만 정책 지원과 해외 진출 등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올해는 회원사의 정책 만족도를 높이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가상자산 법안 등 주요 규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예정이다. 또한 회원사를 600개로 확대하고 실질적인 서비스와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협회는 202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투명한 경영 기반을 마련해 재정 안정화도 도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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