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전문가 기고] 글로벌 통상 파고의 방파제가 절실하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양병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입력 2025-02-13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양병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양병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탈리아에 오스티아라는 도시가 있다. 오스티아는 로마제국의 외항으로 테베레강에서 기원한 로마가 지중해로 뻗어나가는 교두보였다. 당시의 방파제가 항구에 아직 남아 있는데, 방파제는 틈새 사이로 파도를 받아들이면서 파도를 깨뜨려 그 위력을 감쇄해 항구를 보호한다.
 
글로벌 통상 질서 변화의 파고가 거세다. 글로벌 경제 성장기에 경쟁적으로 증설된 생산시설은 저성장 시대를 맞아 글로벌 공급과잉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46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 우선 통상정책으로 무역협정 재검토와 관세 제일주의 등을 내세웠다. 미·중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미국의 고율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주변국의 과잉공급 물량이 국내에 덤프(dump)될 것이다.
 
철강, 화학 등 대한민국 주력산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덤핑(Dumping)은 그 어려움을 더해 주고 있으며 막 오른 무역전쟁으로 그 강도가 더욱 세질 것이다. 덤핑은 수요자에게는 일시적 가격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감산 또는 공장 가동 중단 등 국내 산업 기반 상실과 실업 등 약탈적 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수입품의 저가 공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표현이 나온 지 오래다.
 
산업의 당면한 부진을 치유하는 데는 신시장·신수종사업 개척 등 종합대책이 필수지만 무엇보다 저가 수입품이 국내에 범람하는 불공정무역부터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러한 이유로 덤핑의 파고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그 위력을 감쇄할 방파제로서 무역구제(Trade remedy) 제도가 있다. 무역구제는 수입국 정부가 덤핑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덤핑물품에 대해 관세 부과 등 산업보호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한국무역위원회는 국제 규범에 따라 덤핑 사실과 덤핑에 따른 국내산업피해 유무를 조사, 판정하고 관세당국에 반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건의하고 있다. 또한 무역에 따른 지재권 침해 여부를 조사, 판정하여 타인의 특허, 디자인 등을 침해한 물품을 생산 또는 수출입할 경우 수출입금지나 물품폐기 등 제재도 가능하다
 
최근 세계적으로 무역구제조치가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도 조사신청건수가 최근 5년간 연평균 덤핑은 6.6건, 불공정무역행위조사는 7.4건 접수되다가 지난해에는 10건의 덤핑과 15건의 불공정무역행위 조사신청이 접수됐다. 최근 20년 동안 최대 건수다.

전통적으로 철강, 석화제품, 목재에 대한 신청 비중이 높았으나 최근 산업용 로봇·광섬유로 품목이 다양화되고 개별 덤핑 건에 관련된 국내 시장 규모, 공급국과 공급자 수가 증가하는 양상이다. 열연후판 및 열연 사례는 국내시장규모가 8조에서 11조원을 훌쩍 넘는다. 불공정무역행위의 경우에도 바이오,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과 관련된 특허권 침해의 비중이 높아지고 단일 조사건에 관련된 특허 권리 개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사건에서 다뤄야 하는 쟁점이 복잡해져 조사 난이도가 올라간다.
 
따라서 불공정무역행위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방파제로서 무역구제제도가 보다 신속하고 엄정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 우선 덤핑사실과 산업피해가 확인되면 해당 물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 보호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겠다. 또한 전문인력을 대폭 보강하는 한편, 수출국 시장의 특별한 상황에 따른 가격 왜곡, 우회덤핑, 특허침해 여부 등을 더욱 정밀하게 조사분석해 나갈 것이다.

최근 20년간 무역위의 규모나 기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통상방어기능을 충분히 수행하려면 무역위의 양적·질적 개편이 절실한 시점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