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3241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21% 급증했다. 2022년 이후 같은 달 기준 최대 출하량이다. 중국의 '이구환신(낡은 것을 새것으로 교체)' 정책 시행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구환신은 휴대폰과 태블릿PC, 스마트워치·링 등 가격 6000위안(약 120만원) 이하 기기를 구입할 경우 판매가의 15%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중국 내 정보기술(IT) 품목의 수요 증가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 희소식이다. 세트 판매량 확대와 더불어 범용 D램 가격 하락이 예상돼서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엔비디아 공급이 지연되면서 고부가가치 라인업으로의 전환에 차질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의 실적 반등 기대가 커질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의 추격도 거세다. 중국 최대 메모리 제조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2020년만 해도 D램 시장 점유율이 0%대였지만 지난해 5%까지 확대됐다. CXMT의 지난해 말 기준 D램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월 20만장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월 68만장)와 SK하이닉스(월 48만장) 대비 각각 30%, 44% 수준이다.
CXMT 등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DDR5와 HBM 생산에도 가세하면서 글로벌 D램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삼성전자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 D램 수요가 늘면서 가격 하락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연초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월 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1.35달러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내림세가 주춤해진 것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공급을 시작할 1분기 말까지 D램 가격이 버텨주면 반등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이구환신 보조금 지급에 따른 춘절 매출 급증으로 메모리 모듈 재고가 큰 폭으로 감소해 3월부터 구매 수요가 새롭게 발생할 것"이라며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일단락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대 시장인 중국의 소비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중국의 수요 증가가) 메모리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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