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기업인 KT·네이버·카카오 등과 엔터테인먼트 하이브, 암호화폐 거래소 두나무 등이 경제 4단체 중 하나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가입했다.
그동안 제조업 중심이던 한경협에 IT와 한류 문화, 블록체인을 대표하는 새로운 기업의 피가 수혈되면서 '경제계 맏형'으로서 한경협의 외연 확장이 본격화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이날 연임을 확정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되살리는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일 한경협은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제64회 정기총회에서 류진 회장을 제40대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에 만장일치로 선임하고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류 회장은 39대에 이어 40대 한경협 회장에 올랐다. 임기는 2년이다.
류 회장은 "현재 한국 경제는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 수준을 넘어 '벼랑 끝'에 놓여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IMF 때보다 못하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되살릴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 국민적 단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올해 3대 중점 과제를 △성장동력 확충 △트럼프 2기 대응 △민생경제 회복 등으로 꼽았다. 류 회장은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기업 환경 개선에 앞장서겠다"면서 "글로벌 환경에도 기민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경협은 이날 KT, 카카오, 네이버, 두나무, 메가존클라우드, 한국IBM 등 주요 IT·테크 기업들의 신규 가입을 공식 발표했다. 또 SK하이닉스, 고려아연, LX, 동국제강, HS효성, 진에어 등 전통 제조업과 함께 하이브(엔터), 오아시스(이커머스), 베올리아산업개발코리아(친환경) 등 다양한 산업으로 회원사를 확장했다.
네이버·카카오는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AI(인공지능) 경쟁 격화와 '온라인플랫폼법' 규제 해소 등 올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에 처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금융당국에 가상자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한경협 가입을 통해 기업 목소리를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경협의 전신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다. 전경련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 때 정경유착 논란에 휘말리면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는 등 고난을 겪었다. 당시 주요 그룹이 대거 이탈하면서 '재계 맏형' 역할을 자처하던 위상도 곤두박질 쳤다.
2023년 8월 제39대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한 류 회장은 취임 직후 간판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고 신규 회원사 유치를 통해 적극적인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그 결과 2024년 포스코홀딩스, 아모레퍼시픽, 에코프로, 위메이드 등 20개사가 신규 가입했고, 그동안 한경협과 거리를 뒀던 4대 그룹도 모두 복귀했다. 현재 한경협 회원사는 총 427개사다.
한경협 관계자는 "보다 폭넓게 경제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현장감 있는 정책제언을 강화하겠다"면서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IT 기업들의 합류는 디지털 전환의 불씨를 지피고, 혁신의 엔진을 재점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경협은 이날 새로운 CI를 공개했다. 새로운 CI의 파란색은 우리 경제계가 개척해야 할 글로벌 시장과 창의·신뢰를 상징하고, 초록색 원은 국민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지구촌을 아우르는 글로벌 싱크탱크의 역할을 상징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