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공정한 재판은  최후의 보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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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진 BNK감사위원장
입력 2025-02-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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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희진 BNK감사위원장

대통령은 국가의 선장 역할을 한다. 국제 질서가 자국 이익의 극대화로 새로이 재편되는 조류를 만나 선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지금 우리는 혼돈의 폭풍우를 만나고 있다. 이 폭풍우를 잘 뚫고 다시 순항하기 위해 국민의 마음을 모으고, 올바른 가치관과 미래지향적인 식견이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우리는 경제적 발전, 정치적 민주화, 문화적 융성을 이루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해 왔다. 세계는 유례없는 한국의 전진에 대해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었고, 한국민들에 대한 세계의 대접도 달라졌다. 대통령의 계엄과 국회의 탄핵 이후 혼란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정치적 의견이 다른 국민들이 진영으로 나뉘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의견을 표출하면서 진영 간 갈등과 사회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혼란 수습을 위해 헌법재판소, 법원, 공수처, 검찰, 경찰과 같은 법 집행 및 사법 판단과 관련된 기관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적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 양심에 따라 판단하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이미 일부 사법기관 종사자들은 편향된 행동으로 의구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옳고 그름은 하나일 텐데 편이 나뉘어 내 편의 잘못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상대편의 잘못만 들춰내서는 안 된다.
 
법원 내에 이념 서클 성격의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바람직할까?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이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은 적이 있어 동 연구회 출신이 인사상 혜택을 보았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국회에서 넘어온 탄핵 안건에 대한 헌재의 처리 순서 기준이 궁금하다. 마은혁 임명권, 권한 대행의 의결 정족수, 한덕수 권한 대행 탄핵은 어떤 논거에 의해 그 처리 순서가 정해지는가? 마은혁 임명권에 대해 헌재가 서두르다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다. 국회에서 의결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에서 뒤늦게 내란죄가 빠진 것에 대한 헌재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헌재에서의 탄핵 기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취임 이틀 만에 지난 8월 야당은 방통위원장을 탄핵했다. 헌재가 결론을 내리는 데 5개월이 걸렸으며, 기각과 인용이 4대4였다. 파면에는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동 건은 기각됐다.
 
동일 사안에 대해 헌법재판관의 성향에 따라 판단이 완전히 다르게 나왔다. 취임 이틀밖에 안 된 방통위원장을 야당이 탄핵하고, 4명의 헌법재판관이 탄핵에 찬성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공교롭게도 공수처장, 서울서부지법의 영장 발부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헌재의 동 연구회나 그 후신 출신 3인은 방통위원장 탄핵에서 모두 찬성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이후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비난받아 마땅하고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러한 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방지하지 못한 경찰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발생한 경찰관 부상자 수는 100명을 넘었다. 당시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시위 참가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폭력 행사는 편에 관계 없이 자제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사법기관의 행태에 대해 불신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방파제가 무너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헌재나 법원의 재판관은 정치적 신념보다는 법리와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 공정한 재판은 혼란에 휩싸인 우리 사회를 지킬 최후의 보루(last resort)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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