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에도 인센티브가 있으면 대미 추가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반도체 보조금 축소에 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후 4월 중 추가 발표를 할 예정인 만큼 기다려봐야 한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최 회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2025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장에서 언론과 만나 이러한 입장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기업은 트럼프 시기에 얼마를 하겠다고 생각하며 다가가는 게 아니라 이게 내 장사에 얼마나 좋고 나쁜지를 얘기한다"며 "비즈니스에 필요한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생산시설을 좀 더 원한다고 하는데, 우리(한국 기업)는 인센티브가 같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최 회장이 말하는 인센티브는 직접적인 보조금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 함께해서 더 좋은 것을 찾는 다른 종류의 가치를 포함한다.
최 회장은 "이제 단순히 상품 수출만으로 계속 먹고 살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며 "함께 활동해서 서로 시너지를 얻는 대형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한국도 지금 같은 파도를 잘 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은 트럼프 1기 행정부부터 바이든 행정부 시기까지 8년에 걸쳐 1600억 달러(약 23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배터리·반도체 미국 내 생산 보조금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관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최 회장은 "한 미국 정계 인사가 '보조금은 미국에 좋은 건데 그걸 왜 안 하겠느냐. 계속 잘 집행될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다만 무조건 준다, 안 준다 이런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다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새 행정부가 이제 인선을 해서 들어오고 있고 최소한 4월쯤 뭔가 발표를 한다고 하니 좀 기다려보자"고 덧붙였다.
대한상의 회장으로 재계를 대표하고 있는 최 회장은 26명의 재계 인사로 구성된 '대미통상 아웃리치 사절단'과 함께 방미해 지난 19~20일 백악관, 재무부 고위 당국자와 상하원 주요 의원, 주지사 등을 만났다.
최 회장은 민간 경제사절단의 방미 성과에 대한 질문에 "가능하면 미국이 흥미로워할 논의를 할 계획이었고 그런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며 "서로 좋은 얘기가 되는 것을 준비해왔고 (미국 측이) 조선, 에너지, 원자력, 인공지능·반도체, 모빌리티, 소재·부품·장비 등 (한국 재계가 준비한) 6개 분야를 다 상당히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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