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본시장 레벨업] 회계업계 "금감원 전자공시, 자료만 방대… 美처럼 질적 개선 필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연재 기자
입력 2025-02-23 18:2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그래픽전미진 아주경제 기자
그래픽=전미진 아주경제 기자



금융감독원이 ‘자본시장 선진화’를 내세우며 공시 강화를 기업에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 공시 내용이 양보다 질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 간결하고 깊이 있는 내용은 물론 감독원과 소통하는 내용까지 같이 공시돼야 투자자도 기업 분석을 더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올라가는 사업보고서 등 각종 문건 장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에드가)에 올라가는 보고서 양보다 1.5배에서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 다트는 미국 SEC의 에드가(EDGAR)를 참고해 도입한 시스템으로, 반기보고서를 제외한 나머지 보고서 유형은 동일하다. 다만 양질의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다트에 기재되는 기업의 연간 보고서는 200~400장으로 같은 개념의 보고서인 10-K보다 2배가량 더 많다. 그 외 분기보고서(10-Q), 주요 공시(8-K) 역시 마찬가지다. 증권신고서와 감사보고서만 장수가 비슷한데, 해당 보고서는 회계법인, 법무법인, 주관사 등을 통해 사전 검토를 받기 때문이다.

회계업계는 기업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질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질적으로는 에드가에 올라오는 기업 보고서가 더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면서 “단순 나열이 아닌 기업 스스로 어떤 방식으로 기업을 분석했는지 등 이유가 상세히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이어 그는 “한국 사업 보고서는 분량만 채우는 형식으로 단순 숫자만 나열돼 있고, 통일된 양식도 없어 회사별로 기재 방식도 모두 중구난방”이라며 “삼성전자 등 미국에 상장된 국내 기업이라면 차라리 에드가를 보는 것이 훨씬 편하다. 국내 기업 공시 내용도 질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회계업계가 지적하는 SEC 보고서의 질적인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사의 경영진단 및 분석의견서(Management Discussion and Analysis·MD&A)’ 부문이다.MD&A는 경영진 시각에서 기업에 관한 미래 전망과 분석 의견을 설명한 기업 보고서로 금감원조차 국내 MD&A는 기존 재무제표를 요약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국내 기업 절반 이상이 장래 전망, 분석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해당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영업 규모나 사업 내용에 대해 일반적인 정보만 기재하거나 유리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작성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면서 “반면 SEC는 기업 비율 분석 등 업종별로 객관화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에 대해 파악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자공시시스템에드가에 기재된 쿠팡과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기록  쿠팡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의견에 따라 향후 보고서에서 매출 변동의 원인을 정량적으로 명확히 기재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각 요인의 영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공시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에드가 쿠팡 답변 갈무리
미국 전자공시시스템(에드가)에 기재된 쿠팡과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기록. 쿠팡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의견에 따라, 향후 보고서에서 매출 변동의 원인을 정량적으로 명확히 기재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각 요인의 영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공시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에드가 쿠팡 답변 갈무리

SEC와 기업 간 소통 기록도 투자자는 볼 수 있도록 모두 공시돼 있는 점도 또 다른 장점이다.
 
SEC는 각 보고서별로 기재 내용과 관련해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는 만큼 이를 지키지 않을 시 보완 사항을 기업에 따로 알리지 않고 홈페이지에 공시한다. 이후 기업은 SEC의 요구 사항을 이행했다고 공시하면 보완 내용을 모두 충족했는지 혹은 추가 기재 사항은 없는지 SEC가 의견서를 다시 올린다. 그 덕분에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어떤 부분을 공시하지 않았는지, 공시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삼성전자, 우리금융, 신한금융 등 미국에 상장된 국내 기업 역시 모두 규정을 지키고 있다. 쿠팡은 2024년, 우리금융은 2022년 SEC와 보고서 내용을 보완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받았다.

이는 에드가 도입 이후 SEC의 오랜 관행으로,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면 기업의 요청에 따라 교신 내용이 비공개로 전환될 수 있다.
 
다만 미국과 문화가 다른 만큼 국내 기업의 저항도 예상된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기업의 사업 투자 계획 등 민감한 상황과 관련해 만약 금감원이 공개적으로 알린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결정을 하는 데 훨씬 도움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