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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앞으로 다가온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관통하는 공통 키워드는 '생존'이다. 최악의 내수 침체와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로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풍전등화에 놓인 상황이라 살아남는 것 자체가 지상 과제다. 삼성·현대차·SK·LG 등은 본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AI(인공지능) 등 새 도전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3월 중순부터 주요 기업별 주총이 시작된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19일, 현대차와 포스코는 20일, LG전자는 25일 등으로 예정돼 있다. 아직 공시가 안 된 기업들도 이사회를 열고 속속 주총 일정을 확정하는 중이다.
관전 포인트는 '생존 전략'과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이다. 중국의 거센 추격과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 보조금 축소 등 3중고에 시달리는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을 통해 새 이사진을 기존 '재무통' 중심에서 '기술통'으로 전환한다. AI 반도체 전문가 보강을 통해 초격차 기술력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LG전자도 AI 경쟁 격화에 따른 인재 유출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규 사외이사단에 인적 자원 관리 전문가를 포함시켰다.
현대차 주총도 미래 경쟁력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데이터·클라우드·소프트웨어(SW) 등 정보기술(IT) 전문가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한편 해외 투자 전문 인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차세대 성장 동력인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사업을 강화하고, 중장기 과제인 일부 계열사의 해외 상장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또 신규 사업목적으로 수소사업과 기타 관련사업을 추가하는 등 수소 사업 전방에 걸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밸류업(기업가치상승)과 주주환원 정책 강화도 올해 주총의 주요 어젠다로 꼽힌다. 자사주 취득·소각과 배당 확대 등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3조48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약 3조원어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하기로 했다. 현대차도 이달 말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자사주를 매입한다. 순이익 대비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비율인 총주주환원율(TSR)도 전년보다 10%포인트 상향한 35% 이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어려운 업황에도 오는 2026년까지 2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주당 1만원의 기본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수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기업별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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