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금통위는 25일 오전 9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10·11월 2연속 금리 인하에 이어 올해 1월 동결로 한 차례 속도를 조절한 후 이달 다시 금리를 인하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웠다.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조기 집행이 사실상 무산된 점도 이번 금리 인하의 요인 중 하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비상계엄 사태로 주저앉은 성장률인 0.2%포인트를 높이기 위해선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이 시급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여야 합의는 요원한 상태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로 미국과의 금리 차는 1.5%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벌어지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연 4.50%로 묶고 한은만 금리를 낮출 경우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면서 환율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은은 이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9%에서 1.5%로 0.4%포인트 낮췄다.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비상계엄 사태 영향(-0.2%포인트)을 반영해 성장률을 1.6~1.7% 수준으로 판단했다고 블로그를 통해 밝힌 것보다 더 내려간 수치다.
비상계엄 사태로 소비 심리가 악화하면서 내수가 위축된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정책으로 수출 둔화가 우려된 점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한은 전망치는 정부의 기존 전망치(1.8%)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 한국개발연구원(KDI)보다 낮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사이에서도 한국 경제 성장률은 1% 중반이 대세다. 최근 씨티은행이 1.5%에서 1.4%로,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8%에서 1.5%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올해와 내년 모두 한은이 추산한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수준으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각각 1.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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