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임기 단축' 개헌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든 가운데 그간 침묵을 지켜 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결정이 주목된다.
여권에 더해 비명(비이재명)계, 정치 원로 사이에선 이미 개헌 필요성을 두고 공감대가 형성됐던 만큼 향후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이 대표는 탄핵 정국이 일단락된 후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1차 변론 최후진술을 통해 "(직무 복귀 시)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겠다"며 "잔여 임기에 연연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또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고도 덧붙였다. 탄핵 기각 시 사실상 국내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앞서 윤 대통령이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던 여권 인사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왕적 국회라든지 헌법 시스템이 '87 체제'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께서 아주 옳은 말씀을 했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헌의 주체는 국민과 국회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개헌에 동참 바란다"고 적었다.
야당 비명계 인사들과 정치원로들은 일찍이 임기 단축 개헌을 요구해 왔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최근 이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후에도 새로운 대한민국을 준비할 정치개혁, 개헌 등에 대해 뚜렷한 비전을 제시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대통령 임기 단축과 함께 '분권형 4년 중임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전직 국회의장·국무총리·당대표들로 구성된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은 이날 간담회를 열고 조속한 개헌 추진에 의견을 보탰다. 아울러 이들은 다음 달 5일 범국민 개헌 촉구 서명 운동 발대식을 열 계획이다.
다만 이 대표는 개헌 의제에 한해 유독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정국 수습이 먼저라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개헌 얘기는 이 대표가 그동안 뱉은 말이 너무 많아 하긴 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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