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5조원가량 늘어나며 4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최근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등 부동산 규제가 완화된 서울 일부 지역을 비롯해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국지적으로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가계대출 급증세를 우려하는 모양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5조원 내외로 늘어났다. 연초인 2월에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이같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저금리에 가계대출이 급증했던 2021년 2월(9조7000억원) 이후 4년 만이다. 은행권의 전월 대비 가계대출 증가액은 3조원을 상회하고 2금융권은 1조원 중반대다.
정부는 이 같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강남 3구 등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폭 확대 조짐과 연결돼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토허제 지정 해제 대상 지역인 서울 강남 4구의 2월 넷째주 주간 집값 상승 폭은 0.36%로 지난해 8월 넷째주(0.37%) 이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한 상황이어서 정부는 금융사들이 대출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가계대출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5일 김범석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 점검 회의를 열어 토허제 완화 이후 부동산 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관련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다주택자의 신규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제한이나 부동산 갭투자 방지를 위한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등 금융권 자체 비가격적 조치는 즉시 시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일부 지역을 포함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조짐을 보이는 것과 달리 지방에는 미분양이 쌓이는 등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어 차등화된 대응책도 고심 중이다. 하반기 주담대 한도 등을 추가로 조이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할 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스트레스 금리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작년 9월부터 2단계 조치를 시행하면서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에 수도권 1.2%포인트, 비수도권 0.75%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해왔다. 3단계가 도입되면 은행권 및 2금융권의 주담대와 신용대출, 기타대출에 1.5%포인트가 똑같이 적용되지만 이 역시 차등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반기부터 90%로 일원화되는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수도권에 한해 추가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보증 한도가 축소되면 은행들은 대출 심사를 더 깐깐하게 하고 금리를 높여 대응할 수 있다.
은행 자본규제상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세에 대비해 내부 등급법상 신규취급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 하한인 15%를 상향조정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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