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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의 C] AI가 쏘아올린 '뉴 예술'…효명세자의 노랫말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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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5-03-0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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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아트② 새 노랫말 입힌 궁중음악

  • 조선시대 문화예술 업적 남긴 효명세자의 한시

  • 선율만 남은 궁중음악 '보허자'에 개성있는 가사 선사

  • 전통문양 등 문화유산 2만4536세트 자료도 AI에 학습

  • 명령어 입력시 中·日 아닌 우리만의 아름다움 제대로 표현

25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정악단 연습실에서 열린 행악과 보허자 공연 제작발표회에서 정악단원들이 공연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이 공연은 다음 달 13일과 14일 이틀 간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25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정악단 연습실에서 열린 행악과 보허자 공연 제작발표회에서 정악단원들이 공연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이 공연은 다음 달 13일과 14일 이틀 간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상망기차원(相望祈此願·서로 바로 보며 이를 기원하리라) 제단봉헌지영속(祭壇奉獻志永續·제단에 올리는 정성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왕은달어태평성세(王恩達於太平盛世·왕의 은혜는 태평성세에 달리리라).”
 
조선의 왕세자 효명세자(1809~1830)의 노랫말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울려 퍼진다. 문예 군주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효명세자는 문학, 회화, 건축, 궁중 잔치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국립국악원은 이러한 효명세자가 남긴 한시를 바탕으로 AI를 학습시켜, 조선 궁중음악인 ‘보허자’에 노랫말을 입혔다. ‘보허자’는 1·2장만 창사(唱詞·노랫말)가 붙어 있고 3장은 선율만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효명세자 톤'의 3장 노랫말이 만들어졌다. 
 
효명세자는 조선 왕실에서 가장 많은 한시를 남겼다. 국립국악원은 그의 시 350편을 오픈AI의 챗GPT와 메타의 AI 모델 라마(LLaMA)에 학습시켰다. 특히 '효명세자 톤'을 강화하기 위해 다산 정약용(1762~1836)과 추사 김정희(1786~1856)의 한시 100여 편을 대조군으로 설정했다. 다산과 추사는 효명세자와는 다른 결의 문체를 사용했다. AI에 “다산이나 추사 스타일은 안돼”라고 지시를 내리는 식으로, 효명세자의 색깔을 강화할 수 있었다.
 
국립국악원 관계자 “AI가 최종적으로 만든 시가 정약용이나 김정희가 아닌 효명세자와 유사한 형식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대조군을 설정했다”며 “왕실에서 나온 시에 부합하게 하도록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국악원은 AI로 노랫말을 지은 '보허자'가 포함된 '행악과 보허자-하늘과 땅의 걸음'을 오는 13일과 1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인다.
 
국립국악원은 작년엔 AI 작곡을 선보였다. 생성형 AI로 15세기 궁중음악 ‘치화평’과 ‘취풍형’을 복원한 것. 치화평·취풍형은 세종이 창제한 무용음악 ‘봉래의’에 포함된 곡이지만, 여민락과 달리 연주 전승이 끊겼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그간 연주가 많이 된 여민락은 초창기 악보는 물론이고 전승되는 과정의 악보들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치화평·취풍형은 초기 악보만 있고, 연주가 안 돼 전승 과정의 악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민락의 악보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아 AI를 학습시켜서 곡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국립국악원은 앞으로도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국악원 관계자는 “AI를 창작 도구로 활용하면 전통공연 레퍼토리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고, 색다른 시도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I 모델이 생성한 전통문양 활용 문화상품 사진국가유산진흥원
AI 모델이 생성한 전통문양 활용 문화상품 [사진=국가유산진흥원]

AI 모델에 한국 전통문양을 학습시키기 위한 기반도 최근 마련됐다. 국가유산진흥원은 최근 ‘한국 전통문양 데이터 구축사업’을 통해 유적건조물, 등록문화유산, 생활소품 등 우리나라 전통 문양과 관련된 2만4536세트의 데이터를 구축 완료했다. 국가유산진흥원, 국립중앙박물관, 한국문화정보원 등이 데이터 구축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했다. 이번에 구축한 데이터로 '스테이블 디퓨전'도 학습시켰다. '스테이블 디퓨전'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모델이다. 

국가유산진흥원 관계자는 “보통 AI에 ‘한국 전통문양을 만들어줘’라고 명령하면 데이터가 부족해서 중국풍 혹은 일본풍을 추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의 정확한 데이터를 학습시키기 위해 해당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중으로 AI허브를 통해서 데이터를 오픈할 것”이라며 “누구든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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