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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뷰] '홈플러스 먹튀' 논란, 김병주 MBK 회장 수수방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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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5-03-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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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조현미 산업2부 차장
'한국 부호 1위', '아시아 대표 자선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김병주 회장에 붙는 수식어다. 이런 김 회장이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하나 얻게 됐다. '먹튀 검머외(검은 머리 외국인)'다. 홈플러스가 자금난으로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는데도, 무책임한 행보를 보이는 미국계 한국인인 김 회장을 비판하며 나온 말이다.

홈플러스는 매출 기준으로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와 함께 30년 가까이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이끌어온 업체로 평가받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마트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운영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재무 악화로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거쳐야 했다.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의 할인점 사업을 모태로 탄생한 홈플러스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1999년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에 경영권과 지분 49%가 넘어갔다. 이후 삼성물산이 남은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면서 2011년엔 100% 테스코 자회사가 됐다. 하지만 모회사인 테스코가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이며 2015년 다시 매물로 나왔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이 김 회장이다. 그가 이끄는 국내 최대 PEF MBK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캐나다공무원연금, 테마섹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사들였다.

홈플러스가 갖고 있던 기존 차입금 1조2000억원을 승계한 것을 제외하면 실제 인수 금액은 6조원이었다. 인수 금액의 절반에 달하는 3조1000억원(홈플러스 기존 차입금 중 상환액 2000억원 포함)은 홈플러스 주식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받아 조달했고, 2조4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로 끌어들였다. 나머지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충당했다. 시세보다 고가로 샀다는 논란과 함께 차입금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재무적으로 안정을 찾은 듯했지만 김 회장은 인수 10년 뒤 돌연 기업회생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하면서 잠재적 자금 이슈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회생 결정은 기습적이었지만 개시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홈플러스는 4일 오전 0시 3분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오전 11시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그 사이 신평사들은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가장 낮은 D등급으로 떨어트렸다.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홈플러스 납품·입점 업체들은 정산을 받지 못할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금융권도 당분간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홈플러스의 채무 조정 대상은 메리츠금융 1조2000억원, 은행 한도 대출 1100억원, 기업어음 2500억원, 매입채무 유동화 자금 3500억원 등 2조원 규모다.

이런데도 김 회장은 팔짱만 낀 채 방관 중이다. 신규 투자 없이 홈플러스 매장 등 부동산을 팔아 인수 차입금을 갚고,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비용으로 뽑아갔지만 여전히 별다른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더구나 홈플러스 도산 결정을 내리기 직전까지 개인과 법인 등의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어음(CP) 등을 팔았다. 국민연금도 국민 혈세로 모은 6000억원 안팎을 투자했다. 김 회장을 두고 '기업 사냥꾼의 먹튀 본색을 드러냈다'며 거센 비판이 이는 이유다.

홈플러스는 연일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김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다. 사재를 내놓는 방식 등으로 투자자들 손실에 책임지고, 시장 혼란을 누그러트려야 한다는 것이다. 홈플러스의 신뢰 회복은 김 회장 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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