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의 고율 관세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설계와 생산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모델을 도입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26년까지 배터리 연구개발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며, 테슬라와 도요타도 대규모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미 중국 BYD는 이를 통해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확대하면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협상력이 약화되고, 수익성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완성차 업체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고체 배터리나 고밀도 배터리 기술을 선점하면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완성차 업체들이 모든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배터리 기업들은 단순한 대량 생산을 넘어 기술 혁신과 공급망 다변화에 집중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적극적인 혁신과 유연한 대응이 생존의 핵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