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세계 약 20개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하는 '금리 위크'를 맞는 가운데 대부분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 관세 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중앙은행들도 관망세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주 중앙은행 회의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단연 한국 시간 20일(목) 새벽 3시 결과가 발표될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이다. 이번에는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과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 등을 포함한 경제전망요약(SEP)도 같이 공개될 예정이어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준 기준금리 전망을 추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동결 가능성이 98%로 금리 동결이 거의 확실시된다. '트럼프발 관세'로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작년 9월부터 금리 인하 기조를 보여온 연준이 1월에 이어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매슈 루체티 도이체방크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1월에 이어) 두 번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해서도 제한적 전망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지난 7일 한 행사에서 "우리는 (금리 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나타냈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상품 가격 상승과 함께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둔화로 이어지게 된다. 아울러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미국의 관세에 보복관세를 선포하고 나선 가운데 이는 미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4일 발표된 미시간대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향후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9%로 1993년 2월 이후 3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월가에서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올해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60%로 예상했다. 이 와중에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 전후에서 1% 중반대로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아울러 세계 경제 1위 국가인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전 세계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관세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및 성장 둔화 우려가 겹친 가운데 중앙은행들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일본, 영국 등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가 예정된 주요 국가들 대부분 금리 동결이 예상되고, 중국 역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할 것이 유력시된다. 다만 스위스는 금리 인하, 브라질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우세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주에는 중앙은행들이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전체적으로 평가하면서 불안한 관망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블룸버그가 지난 7~12일 미국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연준이 올해 9월에야 금리를 인하하고, 연내에 총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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