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오는 2028년까지 미국 자동차, 부품 및 물류, 철강, 미래산업 등 주요 분야에 210억 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한다. 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해 글로벌 톱티어 기업 위상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24일(현지시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이 같은 투자 계획을 밝혔다.
정 회장이 밝힌 구체적인 투자 분야는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산업·에너지 부문 등이다.
우선 자동차 부문에서는 미국 현지생산 120만대 체제 구축을 위해 총 86억 달러를 투자한다. 현대차그룹은 2004년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6만대)을 시작으로 2010년 기아 조지아공장(34만대)에서 70만대 생산 능력을 갖췄다. 오는 26일(현지시간) 준공식을 앞둔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본격 가동하면 30만대 추가 생산 체계가 구축돼 미국에서 100만대 생산이 가능해진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HMGMA 20만대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총 50만대로 확대한다. 또 앨라배마공장, 조지아공장 등 기존 공장도 고품질의 신차를 지속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설비의 현대화, 효율화 등 보완 투자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향후 120만대 생산 체제 기반을 확실히 다진다는 목표다.
부품·물류·철강 부문에서는 공급망 강화를 위해 현대차·기아와 동반진출한 부품·물류·철강 그룹사들이 총 61억 달러를 집행한다. 이들 기업은 HMGMA 생산능력 확대에 맞춰 설비를 증설해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부품의 현지 조달을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는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이 제철소는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공장으로, 자동차 강판 공급 현지화를 통해 관세 리스크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서는 63억 달러가 집행된다. 자율주행, 로봇, AI, AAM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보스턴다이나믹스, 슈퍼널, 모셔널 등 현대차그룹의 현지 법인 사업화에 속도를 낸다.
이밖에 미래 기술 관련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원자력, 재생에너지 분야와 전기차 충전소 확충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 회장의 이번 결단은 트럼프 집권 2기 이후 국내 기업에서 처음 나온 대규모 투자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2일부터 한국 대미 수출 기업들의 관세 정책을 발표할 예정인 만큼 이를 상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루이지애나주에 신설할 공장에서 생산될 철강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25%의 관세를 부과한 항목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할 차량에 미국에서 생산한 철강을 사용할 경우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아 공급망 안정은 물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국내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동화 연구개발, SDV, 수소제품, 원천기술개발 등의 분야에 24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년(20조4000억) 대비 19%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 계획은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도전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라며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 국내외 톱티어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등을 통해 미래 기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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