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고 지칭한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날인 2일(현지시간)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의 부과 대상이 모든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국가들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시작할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모든 나라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는 '10~15개 나라를 먼저 때리는 것을 계획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10~15개 나라에 대한 루머를 들은 적 없다"라면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모든 국가를 말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만약 여러분이 역사에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본다면, 아시아로 가서 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무역은 물론 군사적으로 미국에 어떻게 했는지를 본다면 나는 누구도 우리를 공정하거나 좋게 대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대한 것보다 관대하게 그들을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율을 높이고, 보다 더 광범위한 관세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 입지를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발언까지 더 해지면서 많은 국가에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WSJ는 일반 관세의 관세율이 20%가 될 것이며,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광물과 이를 포함하는 제품에 타격을 주는 새로운 산업별 관세 목록에 대해 2일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다음 달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5월 3일 이전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서는 재고할 생각이 없다며 "미국 자동차 제조사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안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이들은 돈을 벌 것"이라며 "미국 밖에서 만드는 이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는 그들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컴퓨터·반도체·제약회사 등도 미국에서 제조하면 돈을 벌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 외에 관세 부과를 예고한 품목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질문에는 "나는 수년간 그 용어를 들어본 적 없다"라면서 "미국은 어느 때보다 성공하고 호황을 누릴 것이며 이것은 미국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과 관련해 유연성을 강조해온 만큼 부과 이후에도 협상 등을 통해서 변동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물들이 잇따라 한국을 언급하면서 이번에도 관세의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상호관세를 두고 '더티 15'라고 명명했던 세계 최대 교역 상대국에 약 15%의 관세 부과를 우선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무역적자국 8위에 올라와 있어 '더티 15'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약 15개 국가와 엄청나게 큰 무역적자가 있다. 그렇다고 전 세계에 다른 불공정 무역관행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2일이 되면 우리가 하는 무역 조치의 상호주의적인 부분이 모두에게 명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관세 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자동차 관세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독일, 일본과 한국인들이 이 나라를 제조 국가에서 조립 국가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자동차 수출국들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약화했다는 의미다.
이어 나바로 고문은 멕시코에는 미국에 수출할 자동차 엔진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있다면서 "독일, 일본, 한국과 멕시코인들이 우리의 제조 역량을 가져갔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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