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짝퉁 애플’ 스마트폰으로 조롱받던 샤오미는 오늘날 전기차까지 만들어내며 '테슬라 킬러'로 불린다. 사람들은 이제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가 아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샤오미에 익숙하다.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와 함께 'BATX'로 묶여 '패뷸러스(굉장한) 4', 이른바 ‘팹4’로 불릴 정도다.
샤오미 성장의 중심엔 창업주 레이쥔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의 인기는 중국에서 가히 연예인급이다. 중국인들이 그의 성에 '신'이라는 의미를 더해 ‘레이선(雷神·뇌신)’이라 부를 정도다. 중국 3대 소셜미디어에서 레이쥔의 팔로어 수를 합치면 7600만명, 남북한 인구를 합친 수다. 7600만명의 미펀(米粉, 샤오미 팬)은 샤오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레이쥔은 중국인에게 신뢰의 아이콘이다. ‘돈이 없어도 누구나 살 수 있는 좋은 스마트폰을 만들자’에서 시작한 샤오미 스마트폰은 좋은 가성비로 ‘대륙의 실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후 샤오미는 여러 중소기업과 손잡고 보조배터리·공기청정기·청소기 등 온갖 가성비 좋은 가전제품을 만들면서 ‘샤오미가 만들면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었다. 최근 폐기물로 만든 생리대 등이 적발되자 레이쥔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생리대도 만들어달라”는 누리꾼 요구가 빗발쳤을 정도다.
그런데 ‘블랙스완’이 터졌다. 지난달 29일 안후이성의 한 고속도로에서 샤오미 전기차 한 대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폭발해 운전자와 동승자 총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레이쥔은 침묵했다. 사고 발생 이틀 후에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레이쥔을 믿고 샤오미 전기차를 산 사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샤오미 전기차 사고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유죄 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레이쥔을 몰아세웠다. 샤오미 주가가 단숨에 폭락하는 등 ‘신뢰의 위기’가 이어졌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샤오미를 겨냥해 “자동차 제조의 첫째 원칙은 영원히 ‘안전’”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사실 테슬라도 수많은 자동차 사고를 겪고 또 겪으며 수차례 ‘신뢰의 위기’를 넘겨 오늘날까지 건재한 것이다. 한때 중국 관영언론도 테슬라를 정조준해 "도로 위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며 테슬라를 ‘펑펑라’라고 비난하지 않았나. '펑펑라'는 이리저리 펑펑 부딪친다는 테슬라를 조롱한 말이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스마트폰’이라 불리지만,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스마트폰과는 다르다. 이번 샤오미 전기차 사고는 기술 혁신과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자율주행(혹은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 경쟁에만 목매던 중국 자동차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때마침 4월 6일은 샤오미 창립 1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레이쥔은 이날 웨이보에 “오늘은 샤오미가 창업의 길을 걸은 지 15년이 되는 날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계속 노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샤오미 전기차 공장의 뫼비우스의 띠가 레이쥔의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향한 노력의 상징이 될지, 아니면 끝없는 위기의 굴레가 될지, 그 결말이 사뭇 궁금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