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 조치에 대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7일 가급적 빨리 미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회담에 의욕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의 7일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참의원 결산위원회에 참석해 자민당의 아카이케 마사아키 의원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도 중요하지만, 즉시라도 미국을 방문해 협상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 바란다”는 요구에 대해 "일본에는 국난이라고 말할 만한 사태다. 가능한 한 빨리 방미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이번주 중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협의를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 자리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회담이 실현되면 “우리(일본)는 불공정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확실히 말해야 한다. 일본이 미국과 어떻게 세계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시바 총리는 또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과거 높은 관세 정책을 펼친 것으로 알려진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1897~1901년 재임)의 초상화를 소개받은 일이 있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매킨리 대통령에 대해 상당히 연구한 것으로 생각하며, 근본적으로는 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상 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예상보다 높은 미국의 관세 조치를 ‘국난’, 즉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여야의 단합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대책 마련을 위한 초당파적 협조를 구하기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여야 당대표 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교섭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아시히신문은 최근 상품권 스캔들 등으로 내각 지지율이 떨어진 가운데 “참의원 선거를 앞둔 정권 부양 의도도 있다”고 짚었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 “미·일 양국의 경제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에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하는 동시에 국내 산업과 고용 영향을 감안해 자금 지원 등 필요한 대책에도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증시가 급락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내외 경제, 금융시장 동향을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는 동시에 경제 재정 운영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야시 장관은 이어 “그동안 미국에 일방적인 관세 조치는 안 된다는 취지를 전했음에도 미국 정부가 관세 조치를 발표해 매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앞서 요미우리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밖에 할 수 없다"며 전화 협의 추진 이유와 일본 정부가 교섭에서 제시할 구체적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지난주 발표된 미국 상호관세 결과, 24%의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하지만 일본은 맞대응을 피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며 관세를 낮출 것이라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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