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초구의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가 약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일대 아파트 입찰에 나선 평균 응찰자 수도 약 3년 만에 최대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똘똘한 한 채’ 등 상급지 고가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초강도 규제로 묶인 가운데, 소수 경매 물건에 응찰자가 몰리며 경매 시장의 양극화도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16일 경·공매 전문업체 지지옥션 집계에 따르면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경매에 나선 평균 응찰자 수는 13.2명을 기록해 2021년 2월(13.8명)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6.4명, 올해 1월 5.2명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던 이들 지역의 평균 응찰자 수는 올해 2월 11.3명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속 증가세다.
특히 서초구의 경우 3월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가 15명을 기록해, 2017년 7월(21명) 이후 7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응찰자 수를 기록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2일 경매 시장에 나온 서초구 내곡동 '서초더샵포레' 전용면적 85㎡ 매물에는 13명이 응찰에 참여해 14억1778만원에 낙찰이 이뤄졌다. 같은 달 1일에도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5㎡의 경매에 20명이 참여해 감정가의 101% 수준인 51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앞서 지난달 19일에는 방배동 '방배그랑자이' 전용 85㎡ 매물에 응찰자 22명이 입찰에 나서면서 감정가를 소폭 웃돈 28억310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송파구도 올해 1월 응찰자가 6.4명에서 지난 2월과 3월에는 각각 17명과 13명까지 빠르게 늘어난 상태다. 용산구 역시 1월 4.5명에서 2월 7.5명까지 평균 응찰자 수가 늘어 지난달에는 10명으로 두 자릿수를 넘겼다.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삼환가락’ 전용면적 73㎡ 매물은 5명의 응찰자가 입찰에 나서 감정가 112%인 13억3137만원에 낙찰이 이뤄졌다. 이달 7일에는 서울동부지방법원 경매법정에 나온 송파구 석촌동 ‘잠실한솔’ 전용면적 60㎡ 매물에 8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의 108%인 12억4688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입찰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토허제 지정 지역은 물론 서울 전체 아파트 낙찰가율도 지난달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3구와 용산구의 평균 아파트 낙찰가율은 100%를 넘긴 105.5%를 기록해 2022년 7월(112%)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 낙찰가율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97.5%를 보였다. 토지거래허가제상 실거주 의무 등 각종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아파트 경매에 기존 매수세까지 따라 붙었다는 분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남3구 등 토허제 지정 지역과 함께 최근 성동구와 광진구 등의 매물 역시 호가 상승으로 낙찰가가 함께 올라가면서 낙찰가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당초 경매 제도 취지와 달리 감정가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최종 입찰이 이루지거나 특정 지역에 응찰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의 낙찰가율이 치솟고 평균 응찰자수도 가파르게 증가한 것과 달리 지방 광역시의 경우 3월 낙찰가율이 일제히 떨어지거나 보합을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울산 아파트 낙찰가율은 83.7%로 전월(89.5%) 대비 5.8%포인트(p)나 하락했다. 대전도 76.8%를 기록해 전월 대비 2.7%p 줄었다. 광주도 78.1%의 낙찰가율을 보여 전월 대비 낙찰가율이 1.0%p 떨어졌다. 부산(79.3%)의 아파트 낙찰가율이 전월(78.5%) 대비 0.8%p, 대구(81.6%)는 전월(81.5%) 대비 0.1%p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 3구와 용산구 내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입주권도 토지거래허가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서울 고가 아파트 경매 열기도 쉽사리 식지 않을 전망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소장은 “최근 송파구 아파트 등의 낙찰 사례를 보면 경쟁이 몰리며 다수 응찰자들이 적정한 가격에 가격을 써도 결국 소수가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물건을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며 “경매 제도의 취지와 달리 시세나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고가 경쟁 입찰이 늘어난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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