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에 무관심한 글로벌 벤처캐피털

  • 1분기 173조원 투자 늘엇는데 국내 스타트업은 40% 감소세

  • 자립·협력 등 전략적 선택 필요

자료CB인사이트 국가별 정책발표 종합
[자료=CB인사이트, 국가별 정책발표 종합]


글로벌 벤처 투자 시장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재편되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국내 AI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는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며 글로벌 흐름과는 반대 방향을 걷고 있다. 벤처캐피털(VC) 업계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여파까지 겹치면서, AI 관련 모험자본 투자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4일 VC업계에 따르면, 미국 스타트업 평가기관 CB인사이츠는 최근 발표한 ‘2025년 1분기 벤처 현황’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글로벌 벤처 투자 규모가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인 1210억 달러(약 173조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오픈AI가 유치한 400억 달러의 대규모 자금이 견인한 결과로, 전체 거래 수는 줄었지만 AI 분야에 집중된 투자로 인해 전체 자금 규모는 급증했다. AI 기업은 전체 벤처 거래의 20%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금은 AI를 중심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 AI 기업을 대상으로 한 메가딜 5건(데이터브릭스 100억 달러, 오픈AI 66억 달러, xAI 60억 달러, 웨이모 56억 달러, 앤트로픽 40억 달러) 모두 미국 기업이 주인공이었다.


삼정KPMG 스타트업 지원센터의 정도영 파트너는 “올해 1분기 역시 AI가 VC의 최대 투자 분야였다”며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출시는 AI 모델 개발에 꼭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다는 기존 인식을 깨 앞으로 AI 스타트업 간 경쟁과 기업·VC의 투자 확대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중국·유럽이 AI 패권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강화된 보호무역 기조와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심리 역시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국내 AI 스타트업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건수와 금액 모두 약 40% 감소했다. AI바이오, AI보안 등 융합 분야 기업들도 전반적인 위축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기업금융 시장 전반이 흔들리면서 투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 투자자들은 보다 명확하고 안전한 투자처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 ‘소버린 AI’ 경쟁에 발맞춰 AI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 기술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등 관련 산업 전반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자립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산업과 연구 투자 규모에서 이미 한국이 글로벌 주요국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등과 경쟁하기보다는 미·중 갈등 속에서 유럽과의 협력 같은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장은 "협력은 괜찮지만 우리에게 투자 대비 남는 게 있는지 봐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 변수가 커 한국이 AI를 전략자산으로 가져가기 어려워 미국, 유럽 등 강자들이 독식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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