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2000억 유로(약 325조원) 규모의 대규모 AI 인프라 사업인 ‘인베스트AI 이니셔티브’를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투자 자본이 유럽으로 몰리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 투자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유럽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모색하는 상황이다.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미국 테크 기업 리더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미국 내 정책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과 동맹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IT업계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약 60개 기업이 인베스트AI 이니셔티브에 투자 의사를 밝히거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참여 기업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EU AI 챔피언스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에어버스, 시멘스, 미스트랄 AI 등이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독일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SAP,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 프랑스의 IT 기업 아토스 등의 참여가 기대된다. 벤처캐피털로는 런던과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인덱스 벤처스, 영국의 볼더턴 캐피털, 스위스의 레이크스타, 독일의 브이 스퀘어드 벤처스 등이 투자자로 거론된다.
미국 기업과 VC의 투자 가능성도 주목 받는다. EU AI 챔피언스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는 미국 VC 제너럴 캐털리스트를 비롯해 앤드리슨 호로위츠, 클라이너 퍼킨스, 코투 매니지먼트, 베서머 벤처 파트너스 등이 유력 후보로 언급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증시가 불안정해지는 등 투자 환경이 악화되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유럽 시장이 투자처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엔비디아의 참여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들 기업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피터 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공동창업자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미국 테크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페이팔 마피아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EU 투자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특히 페이팔 마피아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피터 틸의 후원을 받아 부통령에 당선된 JD 밴스가 IT·AI 정책에서 페이팔 마피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앞서 언급된 기업들의 EU와의 협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인베스트AI 이니셔티브가 순항할 경우, 미국·중국·EU 간 AI 패권경쟁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전쟁에 대응해 EU와 연대를 모색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비관세 제재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관세 전쟁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국 테크 기업을 겨냥한 비관세 제재가 예상되면서, 일각에서는 중국과 EU가 AI 및 IT 중심지인 미국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AI 플러스 이니셔티브와 EU의 인베스트AI 이니셔티브는 투자와 AI 인프라 분야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워싱턴 D.C.의 한 로비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은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테크 기업 리더들에게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중국과 EU가 공동 전선을 구축해 미국 테크 기업에 비관세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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