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베트남 최고 지도자로 첫 중국 방문을 했을 때 그는 수도 베이징이 아닌 남부의 대도시 광저우(廣州)에서 순방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상당히 의미 있는" 특별한 방문이라고 말했다.
한 세기 전, 베트남의 국부인 호찌민 주석이 중국에서 혁명 활동을 시작한 곳이 바로 광저우였다. 시 주석은 이 시기를 양국 집권당의 "혁명을 공유한 붉은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시 주석은 곧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국가주석으로 베트남을 국빈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은 중국과 베트남 수교 75주년과 맞물려 있다. 두 사회주의 국가는 "동지이자 형제"로서 변함없는 유대감을 맺어 왔다.
지난 2017년 베트남 국빈 방문 당시, 시 주석은 호찌민 주석이 1955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내용을 담은 인민일보 열아홉 부를 특별 선물로 가져왔다.
신문 중에는 호찌민 주석 관련 보도가 실린 노랗게 변색된 열여섯 부도 있었다. 시 주석은 "이 신문들은 호찌민 주석이 1955년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를 찾느라 상당한 심혈을 기울였다"라고 설명했다.

1955년 6월 26일자 신문에는 호찌민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저우언라이(周恩來), 그리고 다른 1세대 중국공산당 지도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전면에 실려 있었다.
홍콩에서 베트남공산당을 창당하고 베트남의 해방을 이끈 호찌민 주석은 12년간의 중국 혁명 활동 기간 중국공산당 지도자들과 긴밀한 개인적 유대감을 형성했다.
시 주석은 2017년 방문을 앞두고 베트남의 주요 매체인 년연(Nhan Dan)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그는 마오쩌둥 주석, 저우언라이 총리를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에게 형제와 같았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 위대한 선구자들이 중국-베트남 우호 증진에 기여한 잊지 못할 공헌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시 주석은 2015년 베트남을 처음 국빈 방문했을 당시 베트남 국회 연설에서 호찌민 주석의 말을 인용해 "중국과 베트남은 동지이자 형제와 같은 우정을 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베트남의 젊은이들과 대화하며 호찌민 주석에 대한 개인적인 존경심을 표현한 적이 있다. "우리는 그를 '호 아저씨'라고 부른다"고 말한 그는 호찌민 주석이 같은 세대 중국인들의 가장 친한 친구로 기억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11년,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이었던 시 주석은 호찌민 주석의 삶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그의 옛 거처를 방문했다. 떠나기 전 시 주석은 "위대한 인물의 정신은 1천 년 동안 기려질 것이며, 중국-베트남 우호는 시대를 초월할 것"이라고 방명록을 남겼다.
6년 후인 2017년, 시 주석은 국빈 방문을 계기로 호찌민 주석의 옛 거처를 재차 방문했다. 호찌민 주석이 한때 거주하고 일했던 목조 가옥인 반싸오낙(BanSaoNak) 근처 연못에서 시 주석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손뼉을 쳤다. 이는 호찌민 주석이 생전 물고기를 유인할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행동이었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를 회고하며 "우리는 마오쩌둥 주석, 저우언라이 총리, 호찌민 주석으로부터 배우고, 양국 인민의 이익을 위해 중국-베트남 우호 관계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2024년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중국 방문 기간,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그를 위해 차담을 준비했다. 그는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으로 임명된 지 2주 만에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했다. 년연은 사설에서 양국이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또 럼 서기장의 부인 응우펑리를 차담에 초대해 경극을 포함한 중국 전통 공연을 함께 감상했다.
차담은 수년에 걸쳐 중국과 베트남 지도자의 상호 방문에서 일상적이면서도 독특한 전통 교류로 자리 잡았다. 양국의 차 문화가 유사하다는 점에서다.
판진어(潘金娥) 중국사회과학원 국제공산주의운동사학회 상무이사는 "공식적인 회담과 달리 차담은 양국 지도자들에게 더욱 친밀하고 개인적인 소통 방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차담 중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양국 교류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추억을 남겼다. 2023년 시 주석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을 때 당시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하노이에서 시 주석과 차를 마시며 베이징에서 함께했던 차담을 묘사한 그림을 선물했다.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은 시 주석에게 "특별한 선물은 아닐지 몰라도, 진정한 가치는 소중한 형제애에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베이징에서 차담을 마친 시 주석은 쫑 서기장에게 호찌민 주석이 직접 쓴 중국어 친필 시 "주로(走路·길을 걷다)"의 복제본을 선물했다. 이 시는 조국 해방을 향한 호찌민 주석의 고된 여정을 담고 있다.
시 주석은 또 2015년 베트남 국회 연설에서 이 시를 인용해 양국 관계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중국과 베트남은 모두 공산당이 이끄는 사회주의 국가이며 유사한 정치 체제와 발전 경로를 가지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베트남이 오늘날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개혁, 개방, 혁신을 고수하고, 각자의 국가적 상황에 맞는 발전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와 도전의 시대에 양국은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2023년 베트남 국빈 방문 당시 전략적 의미가 있는 중국-베트남 운명공동체 구축을 약속했다. 순방을 마친 시 주석은 쫑 서기장에게 "우리는 이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시 주석의 국빈 방문 기간 동안, 쫑 서기장은 시 주석을 위해 하노이에서 특별한 만남행사를 마련했다. 행사에는 중국과 베트남의 젊은 대표단과 양국 우호 증진에 기여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참석자, 특히 젊은이들에게 ‘선두주자’로서 양국 우호 증진에 ‘앞장서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베트남인 유학생 레 응우옛 꾸잉은 바로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을 처음 만났다.
꾸잉은 현재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淸華)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19세 신입생이다. 그는 시 주석에 대한 자신의 인상을 "친절하고 키가 크며 품위 있는 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행사에서 베트남 젊은이를 대표해 시 주석 앞에서 연설했다. 꾸잉은 당시 찍힌 사진을 중국 메신저 앱인 위챗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고 있다.
꾸잉은 "반 친구들이 위챗에 저를 추가하고 제가 시다다(習大大)를 만났다는 걸 알 때마다 다들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했다"고 거들었다.
다다는 삼촌을 친근하게 뜻하는 중국어 방언으로, 중국 네티즌들이 시진핑에게 붙인 별명. 꾸잉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꾸잉의 고향은 호찌민 주석과 같은 베트남 응에안성이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시 주석이 모교를 방문한 영상을 우연히 본 그녀는 꿈에 그리던 중국 칭화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꾸잉처럼 중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베트남 학생은 갈수록 늘고 있다. 2023~2024학년도에 약 2만 명의 베트남 학생들이 중국 유학을 선택했다. 반대로 베트남으로 유학을 가는 중국인 학생 수도 증가하고 있다.
국가 간의 우호는 국민 간의 친밀감에서 비롯된다는 시 주석의 믿음은 꾸잉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우정을 키우고 지속하는 방식이자 양국 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중요하다"면서 "그 책임을 앞으로 이어 나가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 젊은이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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