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전 거래일 대비 1.4원 오른 1425.5원을 기록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 최고점(지난 9일 1484.1원) 대비 이날 환율 변동 폭은 58.6원으로 원화 가치는 4.1% 절상됐다.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지난 9일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관세 정책으로 올해 최고점인 1484.1원까지 치솟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전날 올해 최저점인 1424.1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 달러화 가치는 원화 절상 폭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셀 아메리카'에 따라 이날 주간 거래 마감 무렵 99.60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 달러인덱스가 가장 높았던 1월 13일(한국 종가 109.870)과 비교하면 달러 가치는 10.31% 평가절하됐다.
달러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10% 넘게 내렸지만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4% 오르는 데 그친 셈이다. 원화는 주요국 통화 대비로도 저평가 흐름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 유로화는(11.56%)와 일본 엔화(10.50%)는 달러 대비 10% 넘게 절상됐다. 미국과 무역 갈등이 고조된 중국은 역외 위안화 가치가 달러 대비 0.65% 올랐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의 통계적 관계를 고려하면 달러인덱스 100 부근에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1350원 이하"라며 "현재 원화는 글로벌 달러 대비 최소 5% 이상 저평가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가치 하락에도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이유로는 미·중 관세 갈등이 꼽힌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미·중 간 관세 갈등은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에 특히 더 악재가 됐다. 또한 수출 둔화 우려에 내수와 투자 부진과 아직 남아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이 어두운 점도 원화 가치를 억누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미·중 간 긴장은 고조된 상태"라며 "한국 원화는 중국 경제와 위안화에 민감한 통화"라고 말했다.
오재영 KB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한국의 수출 1~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 간 상호관세로 인한 경기 타격 우려, 여기에 탄핵 결정 이후 정부 구성까지 예상되는 정책 공백 리스크 등이 원화 약세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로 작용하는 만큼 미·중 관세전쟁이 위안화 평가절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중 관세전쟁 리스크가 지속하는 한 원·달러 환율은 달러 하락에도 상대적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