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에 걸친 대규모 수리를 마친 종묘 정전이 공개된다. 창덕궁에 임시로 모셨던 조선 왕과 왕비의 신주를 본래의 자리로 모셔오는 환안제가 155년 만에 열린다.
국가유산청은 오는 20일 오후 2시부터 창덕궁 금호문 앞에서 '종묘 정전 환안제 '를 시작한다고 16일 밝혔다.
종묘 정전은 1395년 태조 이성계가 창건한 이래 600년이 넘도록 왕실 제례가 이어져 온 한국 전통 건축의 정수로 1985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구조적 균열, 기와 탈락 등 문제로, 국가유산청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에 걸쳐 수리를 진행했다.
정전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하여 정전 앞 시멘트 모르타르를 제거하고 수제 전돌을 깔았다. 공장제 기와를 모두 걷어낸 뒤 수제 기와로 교체하는 등 전통 건축의 기법과 재료를 토대로 하되, 현대 과학 기술을 접목하여 역사적, 기술적, 미학적 가치를 강화했다.
종묘 정전 수리가 완료됨에 따라 창덕궁 구(舊)선원전에 2021년부터 임시 봉안했던 신주를 다시 제자리로 모셔오는 환안제도 연다. 155년 만에 이루어지는 이번 환안제에서는 광화문과 세종대로, 종로를 거쳐 종묘까지 약 3.5km 구간을 행진한다. 사전 모집한 200명의 시민 행렬단을 비롯해 총 11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환안 행렬이 펼쳐진다.

이번 환안제에서는 '종묘영녕전증수도감의궤'를 바탕으로 장인이 제작한 신여(왕의 신주를 운반하는 가마), 신연, 향용정을 포함해 전국에서 확보한 총 28기의 가마가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보기 드문 장관이 펼쳐질 것이다.
같은 날 오후 2시부터 3시까지는 경복궁 광화문 월대 옆 잔디밭에서 풍물놀이, 줄타기, 탈춤, 사자춤 등 전통 연희 공연이 함께 열릴 예정이다.

환안 행렬이 종묘에 도착한 이후인 오후 6시 30분부터는 수리를 마치고 첫 공개되는 종묘 정전에서 고유제와 준공기념식이 진행된다. 고유제는 (사)전주이씨대동종약원 주관으로 약 200여 명이 참여하여 전통 절차에 따라 봉행된다. 이어지는 준공기념식에서는 수리 과정을 담은 영상 상영, 종묘 정전 월대 위에서 외벽 영상(미디어 파사드)과 함께 약 60명의 무용수가 참여하는 특별 공연이 펼쳐져 오래도록 기억될 감동을 전할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600년을 이어온 제례 전통이 다시 재현되는 오늘이, 전통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소중한 연결고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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