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경제가 1분기 5.4% 성장률을 기록하며 양호한 출발세를 보였다. 수출·소비·생산이 모두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미·중간 관세전쟁 고조로 대외 수출 환경이 악화하는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신속히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中경제 1분기 '양호한 출발'···딥시크발 기술 열풍도 한몫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1조8758억 위안(약 621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과 동일한 수준으로, 올 초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한 '5% 안팎' 성장률은 물론, 시장 예상치도 웃돌았다. 앞서 로이터는 57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1분기 경제성장률을 5.1%로 예상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분기 각종 거시 정책이 뚜렷한 효과를 내면서 국민 경제가 양호한 출발을 보였다"며 "혁신의 주도적 역할이 커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도 "미국의 관세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올해 5% 내외 성장 목표를 마련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는 수출·첨단산업 생산·내수 소비 증가세가 견인했다고 진단했다.
3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5.9%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4.4%)를 웃돈 것은 물론, 2023년 12월(7.4%) 이후 15개월 만의 최고치다. 3월 산업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7% 증가했다. 2021년 6월(8.3%) 이후 무려 3년 9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1~3월 누적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도 4.2%로, 1~2월 증가율(4.1%)을 웃돌았다. 3월 중국 도시 실업률도 5.2%로 전달(5.4%)에서 개선됐다.
수출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발(發) 관세폭탄을 피해 중국 업체들이 수출 물량을 앞당겨 선적한 이른바 '밀어내기 화물'이 증가하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실제 3월 중국의 수출은 달러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4% 늘었다.
천펑잉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의 광범위한 적용으로 강조된 기술 혁신 열풍도 1분기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분기 첨단기술 제조업 생산액은 9.7% 증가했다. 신에너지자동차 3D프린터 장비, 산업용로봇 제품은 각각 45.4%, 44.9%, 26% 급증세를 보였다.
트럼프발 관세 충격 본격화···신속한 경기부양 목소리↑
하지만 2분기 전망은 암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부과한 상호관세까지 더해져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145%까지 높아진 데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 미국 무역장벽을 피해 동남아 지역을 통한 우회 수출을 하는 것까지 막는 상황이다. 중국의 성장동력인 수출 산업이 타격을 입으면 제조업 가동률이 크게 감소해 고용 침체 등 경제가 전반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는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4.7%로 둔화하면서 올 한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4.5%, 2026년에는 4.2%로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투자은행 UBS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3.4%, 내년에는 3%로 하향 조정했다. 왕타오 UBS 수석 경제학자는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중국의 GDP 성장률을 2% 포인트 이상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통계국도 이날 “외부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하고 심각해지고 있으며, 국내 유효수요 성장 모멘텀이 부족하고, 지속적인 경제 회복을 위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며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경제 운영의 안정적 발전과 지속적인 개선을 촉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발 관세 충격에 대비해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시사한 것이다.
천펑잉 연구원도 더욱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 정책 시행이 2분기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분기 중국이 금리·지급준비율 인하 카드를 꺼낼 것으로도 예상되는 배경이다.
로빈싱 모건스탠리 중국 수석 경제학자도 "관세전쟁은 장기적으로 인내와 회복력을 시험할 것"이라며 중국이 관세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신속하게 내놓는 게 필수"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트럼프발 관세에 따른 대미 수출 급감 공백을 동남아와의 긴밀한 관계로 메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세안(ASEAN)+3 거시경제연구소(AMRO)’는 15일 미국 수입 관세가 급등하면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떨어질 수 있지만 동남아시아와 점점 더 깊어지는 관계가 그 손실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동남아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 주석은 14일부터 닷새간 동남아 3개국인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순방에 나서 공급망 협력과 무역 확대 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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