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상보다 높은 관세로 물가 인상과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으로 올해 글로벌 상품 무역 성장률 전망을 종전 3.0%에서 –0.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16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에서 한 연설에서 “지금까지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며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양대 목표(최대 고용·물가 안정)가 (서로) 긴장 상태에 놓이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준은 경제 성장을 촉진해 고용을 늘릴 필요가 있을 때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물가를 잡는 것이 우선일 때는 기준금리를 올린다. 최대 고용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겠다는 게 연준의 목표다. 파월 의장은 “우리의 도구(기준금리 변경)는 같은 시점에 두 개(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 중 하나만 할 수 있다”며 “(관세가) 아마 올해 내내 우리를 목표 달성에서 더 멀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연준은 관세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지난 3월 19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이 연말까지 금리를 0.25%포인트씩 3~4 차례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WTO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세계 상품 무역 성장률이 0.2%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제시한 전망치인 3.0% 증가와 비교할 때 크게 후퇴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철강, 자동차 등에 25%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 상대국들을 대상으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이후 국가별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하기로 했지만 중국과는 보복성 관세 공방을 벌이며 양국간 일부 품목의 관세율이 100%를 훌쩍 넘는 상황에 이르렀다.
WTO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일시 중단한 상호관세를 전면 재도입할 경우 세계 상품 무역 성장률은 0.6%포인트 추가 하락하고, 그에 따른 파급 효과로 추가로 0.8%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며 “이런 영향을 합치면 총 1.5% 하락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WTO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중 간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으로 세계가 양극화된 두 블록으로 쪼개질 수 있다”며 “이 시나리오에서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7% 축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 중 하나인 피치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특히 피치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2025년 연간 성장률은 1.2%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고, 중국의 성장률은 2026년까지 4%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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