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AI가 예술을 해석하는 시대, 엔터테크가 다시 쓰는 K-엔터 산업의 공식

이은혜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홍보이사 겸 경희대학교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 학과장
이은혜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홍보이사 겸 경희대학교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 학과장

예술의 언어가 바뀌고 있다. 기술은 더 이상 감성을 보완하는 수단이나 무대를 장식하는 장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 기술은 창작의 동반자이자, 표현의 매개이자, 상상력의 구조를 구현하는 실질적 엔진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엔터테크(Enter-Tech)’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엔터테크는 단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와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콘텐츠 산업의 생산 구조, 창작 방식, 관객의 체험 방식, 그리고 창작자 양성 시스템까지 전방위적으로 재편하는 패러다임이다. AI, XR, 메타버스, 디지털 휴먼, 생성형 알고리즘 등 새로운 기술들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기획의 중심에서 콘텐츠의 설계도를 다시 쓰고 있다.

최근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기술이 창작의 중심에 자리 잡으며 산업 구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일부 선도 기업들은 AI를 기반으로 한 기술 융합형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의 기획∙제작∙유통과 같은 전통적인 콘텐츠 제작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사례는 전통적인 연예 매니지먼트를 넘어, AI·클라우드·실시간 인터랙션 기술을 통합한 기술 기반 창작 생태계를 실험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을 통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글로벌 아티스트 지드래곤과 함께 아티스트 브랜드를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카이스트와 손잡고 지드래곤의 메시지와 음악을 우주로 송출하는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내년 라스베이거스 스피어 돔에서 열릴 예정인 지드래곤의 단독 콘서트는 이러한 기술적 기반이 현실화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엔터테크가 예술성과 산업 구조를 동시에 재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된다.

산업적으로도 엔터테크는 새로운 직무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AI 퍼포먼스 큐레이터, AI 음성 연출가, 버추얼 캐릭터 인터랙션 디자이너, 데이터 기반 퍼포먼스 분석가와 같은 직무는 더 이상 미래의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은 현재 콘텐츠 산업에서 실질적인 기획과 제작을 담당하는 핵심 역할로 부상하고 있어, 예술대학과 기술교육 기관, 콘텐츠 연구소 간의 협업 구조 또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이를 위해 예술교육은 기술적 상상력을 아우르는 융합형 창작 인재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즉, ‘예술을 표현하는 법’에서 나아가, ‘예술과 콘텐츠를 설계하는 알고리즘’을 가르쳐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기술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다시 이해하고, 감성의 언어를 새로운 구조로 구현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엔터테크는 바로 그 언어를 다루는 새로운 문법이 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창작의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그것을 설계할 것인가’로 질문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미래는 이미 도착했다. 이제 우리는 그 미래를 가르치고, 창작하고, 공유할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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