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일 양국이 이달 중 두 번째 관세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가운데 '주일미군 주둔 경비'와 관련된 사안이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관세 협상과 안보 사안을 분리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중국 포위망'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은 방위비 분담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전부터 일본에 방위비 인상을 촉구해 온 가운데, 1차 관세 협상을 앞두고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일본은 오늘 관세, 군사지원 비용, 그리고 '무역 공정성'을 협상하기 위해 (미국에) 온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18일 일본에 부임한 조지 글래스 신임 주일 미국대사도 미·일 양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래스 대사는 이날 하네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은 (러시아, 중국, 북한 등) 매우 힘든 국가들을 이웃으로 두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같은 나라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3월 대사 인준 청문회에서도 일본이 더 많은 군사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미국 측은 일본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방위비 등 안보 측면에 높은 비중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행 미일 간 방위비 분담 협정은 2027년 3월에 종료되기 때문에 양국은 내년까지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1기 행정부 시절 일본에 연간 80억 달러(약 11조4000억 원)를 요구한 전례가 있는데, 이번 관세 협상을 계기로 일본 방위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관세 협상과 안보 협상을 별개로 다뤄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 측이 이를 물고 늘어질 경우 일본으로서도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 이에 일본 정부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언급한 이상 모종의 대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현재 일본에는 약 5만4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부터 5년간 주일미군 주둔 경비로 총 1조551억엔(약 10조6000억원)을 부담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상태다. 2025회계연도 관련 예산은 2천274억엔이다. 게다가 2027년까지 방위비 부담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순차적으로 증액하고 있다.
그러나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최근 일본이 방위비를 GDP 대비 3%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하는 등 미국 측은 일본이 방위비를 더욱 높일 것을 바라고 있다.
주일미국 주둔 경비는 미일 지위협정에서 원칙적으로 미국이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었지만 1970년대에 일본 물가와 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미국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1978년부터 일본이 일부를 부담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은 주일미군과 관련해 기지 종업원 임금과 복리후생 비용, 전기·수도 요금, 항공기 격납고 시설 정비 비용 등을 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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