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소비자의 취향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브랜드인 현대와 기아는 판매 실적이 크게 감소한 반면, 일본차와 국내 전기차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2일 베트남 현지 매체 타인니엔신문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여전히 다양한 차종과 매력적인 디자인, 현대적인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내구성, 잔존 가치, 유지보수 비용 등 실용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특히 첫 번째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특히, 한때 한국차가 강세였던 B세단과 도시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시장에서 일본차와 중국차들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토요타 바이오스, 야리스 크로스, 미쓰비시 엑스포스, 심지어 중국차인 오모다 C5가 현대 엑센트, 크레타, 기아 셀토스 등의 판매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C세단 부문에서도 기아 K3는 마쯔다 3에 밀리며 시장에서의 우위를 잃었고, 현대 엘란트라는 판매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 중형 SUV와 크로스오버 부문에서는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가 기술과 디자인에서 개선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쯔다 CX-5에 비해 여전히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B세단 시장에서도 현대 엑센트는 한때 월 2000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였으나 현재는 여전히 토요타 바이오스에 뒤처지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내구성 및 장기적인 사용 가치를 중시하는 실용적인 선택을 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베트남자동차제조협회(VAMA)와 현대차 베트남 조립생산업체인 TC모터(TC Motor)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 판매량은 2022년 14만2311대에서 2023년 10만8224대로 감소했으며, 2024년에는 10만1738대로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자동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2025년 1분기 동안, 베트남에서 판매된 한국 자동차 총량은 약 1만7700대였으며, 그 중 현대차는 1만1474대(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소폭 증가), 기아차는 6200대(소폭 감소)를 기록했다. 특히, 2025년 1분기 동안 판매된 상위 10개 차종 중 한국차는 한 대도 포함되지 않았다.
주요 원인으로는 일본차들의 전면적인 업그레이드와 가격 경쟁력 있는 중국차들의 증가가 지목되고 있다. 또한, 베트남 내 전기차 브랜드인 빈패스트(VinFast)의 급성장이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친환경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시장에서 브랜드와 차종의 다양화가 진행됨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내구성, 경제성, 잔존 가치 등의 변화된 소비자 요구와 함께, 전기차와 지속 가능한 소비 트렌드가 한국차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베트남 시장에서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품, 서비스, 브랜드 포지셔닝에 대한 전략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시장 중 하나로, 한국차는 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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