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랄 만큼 안정적인 승차감과 정숙성, 압도적인 전비를 갖춘 '팔방미인형' 자동차.
기아가 출시한 첫 전기 세단 EV4를 타고 경기 하남~용인의 한 카페까지 약 65km를 직접 주행한 소감이다. 전기차의 대중화를 목표로 출시된 EV4는 기아가 EV6, EV9, EV3에 이어 네 번째로 출시한 준중형 전기 세단이다. 이날 기자가 시승한 차량은 배터리 용량이 81.4kWh인 EV4 롱레인지 모델로, 가격(출고가)은 5000만원대다.

◆담백한 첫인상, 고요한 주행 성능..."이거 전기차야?"
첫 인상은 '실용적인 세단'의 느낌이었다. 전면부는 기아의 패밀리룩인 '타이커 페이스'가 적용된 수직 형상의 헤드램프와 스타맵 시그니터 라이팅으로 깔끔하면서도 날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측면은 낮게 떨어지는 후드 앞단과 트렁크의 실루엣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느낌이 조화로웠다. 후면은 기본 세단에서 볼 수 없었던 루프 스포일러가 차체 양 끝에 배치돼 EV4의 역동적인 실루엣이 부각됐다.
운전석에 착석하자 큼지막한 일체형 디스플레이와 콤팩트한 크기의 핸들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는 부드러운 가죽의 질감과 핸들링이 '극호'였다. 액셀을 밟자 전기차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와 함께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앞으로 치고나가는 강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세단 특유의 안정적인 주행감 덕분에 주행 내내 '이게 전기차 맞아?'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만큼 실내 정숙도가 만족스러웠다.
EV4의 실내는 전장 4730mm, 축간거리 2820mm, 전폭 1860mm, 전고 1480mm로 넓은 편이다. 2열의 경우에도 넉넉한 레그룸을 확보해 성인(키 165cm 기준) 주먹 두 개가 들어가고도 남는다. 동급 차량은 2열에 성인 3명이 앉기에 빠듯했지만 이 차량은 가능할 듯 싶었다. 또 2열 시트 하단에 V2L 콘센트가 설치돼 외부 전력 사용이 가능한 점도 매우 편리했다.
트렁크 크기는 490L(VDA 기준)로 동급 차량 최고 수준이다. 전방으로 80mm 확장 가능한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이 있어서 1열 승객이 정차 중 업무나 식사 시 활용할 수 있다. 콘솔 암레스트를 2열을 향해 수평으로 열 수 있는 '회전형 암레스트'를 기아 최초로 적용해 2열 승객의 공간 활용성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없는게 없네?"...콘센트부터 무선 충전까지 '만능 전기차'
이 차량의 최고 출력은 150kW, 최대 토크는 283Nm로 동급 차량에 비해 힘이 좋은 편이다. 고속도로 구간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자 가속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긴 주행거리와 회생제동 성능도 강점이다.
기아는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가속, 감속, 정차가 가능한 'i-페달' 기능을 모든 회생제동 단계에서 활성화할 수 있는 'i-페달 3.0'을 이 차량에 탑재했다. 덕분에 EV4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긴 거리인 1회 충전 시 533km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고, 공인 복합 전비 역시 기아 전기차 중 가장 뛰어난 5.8㎞/kWh를 달성했다.
실제 시험해 봤다. 차량 실내온도를 20도로 낮추고, 스마트폰 충전(배터리 49%)을 병행한 상태에서 약 2시간 가량을 주행한 결과 복합연비는 8.0㎞/kWh 수준을 기록했다. 핸드폰 배터리도 85%를 가리켰다. 유리지갑인 직장인들의 연비 절약을 위해 기아가 얼마나 골몰(?)했는지 체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EV4는 E-GMP를 기반으로 81.4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모델과 58.3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스탠다드 모델이 운영된다. 롱레인지 모델은 자체 측정 기준 350kW급 충전기로 배터리 충전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약 31분이 소요된다.
가격은 스탠다드 모델은 4192만원부터, 롱레인지는 4629만원부터다. 보조금(서울 기준)을 받으면 스탠다드 모델은 3400만 원대, 롱레인지 모델은 3800만원대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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