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크루 활개치자 공인중개사협 '임장비' 추진... 업계 '환영' vs 시민 '냉랭'

  • 공인중개사협회 임장 기본 보수제 추진

  • 중개업계 "임장크루, '노쇼'나 마찬가지...환영"

  • "수수료에 임장비까자 '부담'...실수요자도 거부감"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인중개사협회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인중개사협회]


“임장 갈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티를 내면 중개사들이 대응을 안 해주니 '모아타운이 추진된다면서요?'라며 매수 의사가 있는 척, 아는 척을 해야 정보를 많이 들을 수 있어요.”

임장 노하우를 전수하는 강의, 동호회처럼 임장만 다니는 임장 크루 등이 활발해지면서 공인중개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장크루들이 실수요자인 척하며 매물 및 대출 정보를 빼내고, 중개사가 세입자와 조율해 매물 현장을 보여줘도 실제 부동산 구매 의사가 없어 시간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공인중개사협회가 ‘임장 기본보수제’ 검토에 나섰다. 반응은 엇갈린다. 업계에서는 임장크루는 노쇼나 다름없다며 환영하는 반면, 시민들은 중개수수료도 높은데 부동산 매물을 고르는 것은 소비자들의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이다. 

30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임장크루들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상급지나 재개발·재건축 호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방문이 잦은 것으로 알려진다.

공인중개사들은 임장크루 사이에 실수요자인 척 중개사를 속이는 방법까지 공유돼 실수요자와 임장크루를 구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임장크루 등장 초기에는 임장 목적을 밝히고 몇가지 질문만 했다면, 최근엔 구매의사가 있는 것처럼 가장해 매물 등의 정보를 빼간다는 설명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A씨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은 임장크루가 방문하는 것 같다"며 "의심이 가서 물어봐도 아니라고 잡아떼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서대문구 연희동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B씨도 "임대인이나 중개사는 거래 한 건을 연결하기 위해 집주인이나 세입자에게  연락해 방문 날짜와 시간 등을 조율해야 한다”며 “임장 크루들의 행태는 음식을 시켜 놓고 안가져가는 '노쇼'와 다름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늘어난 임장크루로 인해 중개업소의 피해가 커지자 협회는 임장비 제도 도입을 놓고 내부 검토 중이다. 매물을 소개할 때 등기부등본을 열람해서 집주인을 확인하고 대출 및 물건에 대한 권리관계를 설명하기 때문에 전문 지식 제공에 따른 상담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임장 안내는 중개 활동에서 가장 핵심적인 업무임에도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보수를 전혀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임장비 도입 검토에 대해 중개사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구 수성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임장비가 생기면 가짜 손님이 많이 줄고 실소유자들만 매물을 볼 것 같아 적극 환영한다"며 "고객도 좀더 꼼꼼히 보게 되고, 중개사 역시 고객이 원하는 매물을 제시하려는 책임감이 더욱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중개수수료도 적지 않은데 임장비까지 도입되면 소비자들의 부담이 한층 커진다는 우려다. 특히 중개사의 설명이나 동행은 소비자 권리라는 반응도 많다.

박 모씨(31)는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부동산 거래는 한두 곳을 보고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최대한 많은 집들을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임장비가 생기면 실제 주택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거부감이 크게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장비 도입에는 법적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하는 데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거래가 성립된 경우에만 중개보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협회 측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매물 소개도 엄연히 서비스지만 아직 정보에 대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줘야 한다는 국민 정서가 미흡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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