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낙하산에 가려진 관광의 미래

기수정 문화부장
기수정 문화부장
1년 넘게 공석이었던 한국관광공사 사장 공백이 채워질 조짐이다. 관광공사의 새 수장은 계속 하마평이 돌았던 이용호 전 국민의힘 의원.

당초 임명 절차에서 최종 후보로 선정된 인물은 이 전 의원 등 3명이었지만, 이미 이 전 의원이 내정됐다는 설은 업계에 파다하게 퍼졌다. 

관광공사 노동조합은 물론, 야권, 관광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이용호 전 의원은 전북 남원 출신으로, 국민의당과 무소속으로 재선한 뒤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정치인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역임했고, 2022년 7월부터 2024년 5월까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정치 경력은 풍부하지만, 관광 분야와의 직접적 연관성은 거의 없다.

관광공사 노조는 “과거 문체위 간사 시절, 관광공사 인사에 부당 개입한 이력을 가진 인물은 지원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정치 보은’ 혹은 ‘알박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단순한 감정적 반발이 아니다.

그간 역대 관광공사 사장 자리는 대부분 정권과 직결된 낙하산 인사, 즉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꿰찼다. 내부 승진이나 전문 경영인의 발탁 사례는 없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우리나라 관광정책의 집행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중추기관이다. 특히 정부는 2023~2024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방한 관광 활성화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2024년 대부분 기간, 관광공사 수장은 공석이었다. 

정권 말기 정치인을 공공기관 수장으로 무리하게 앉히는 행위는 특정 정치 세력이 향후 정권 교체 가능성에 대비해 공공기관에 영향력을 남기려는 시도라는 해석과 맞물려 있다. 정치권 인사를 공공기관에 연쇄적으로 배치하는 기조는 공공성보다 정무적 고려가 우선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관광이 가진 산업적 무게, 공공기관의 책무, 그리고 시기적 맥락을 고려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관광은 더 이상 '부가산업'이 아니다. 관광은 국가경제와 지역균형 발전의 핵심 축이 되어야 한다. 관광공사 수장은 바로 그 혁신의 구심점이다. 지역과 수도권, 외래객과 내국인, 콘텐츠와 인프라를 연결하는 교차점에서 복합적인 전략을 설계하고 조율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시점에,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정치인을 무리하게 임명하는 것은 조직의 독립성과 효율성,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동시에 훼손하는 일이다. 관광공사는 한 사람의 ‘자리’가 아니라, 공적 책무의 무게를 짊어진 기관이다. 신뢰와 투명성, 전문성과 일관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누가 임명될 것인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알박기 인사’의 가장 큰 폐해는 조직 내부의 사기 저하와 정책 연속성의 붕괴다. 관광공사 내부에서는 향후 신임 사장과의 정책 공조에 대한 회의감이 퍼지고 있다. 업계 역시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업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정부가 바뀌어도 관광산업은 계속돼야 한다. 좋은 정책과 성공적인 브랜드는 정권이 아닌, 현장에서 나온다. 한국관광공사 사장직은 특정 정부를 위한 자리가 아니다. 한국 관광의 미래를 위해, 정치가 아닌 전문성이 우선돼야 한다. 관광공사 새 수장이 될 인물은 이런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 스스로 비전과 성과로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제라도 정치 아닌 정책, 인연 아닌 실력으로 인사를 설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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