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車·가전에 집중된 대미 수출 ... 경제 안보 취약"

 30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30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한정된 품목에 집중된 우리나라의 대미국 수출 구조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조치 피해를 키웠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무역적자 개선을 위한 미국의 노력이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경우 소수 품목이 이끄는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 흑자가 관세 정책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1일 'KDI 포커스'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0년대 이후 무역구조 변화와 경제안보에 대한 함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 위원은 보고서에서 "통상 문제 해결이 정부의 우선적인 관심사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통상 이슈가 해소되는 것만으로 우리나라의 무역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통상 이슈에 가려져 최근 우리나라가 경험하고 있는 무역의 구조적 변화와 그 변화가 갖는 중요한 시사점들이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 무역 특징으로 △대중 무역수지의 적자 전환 △대미 무역수지의 흑자 확대 △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 심화를 꼽았다. 그러면서 대중 무역수지 악화의 원인으로는 제조품 전반의 순수입 증가를, 대미 무역수지 흑자 확대는 자동차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출 증가를 지목했다. 

이러한 수출입 변화로 우리나라의 국가 기준 수입집중도와 품목 기준 수출집중도가 주요국보다 높아졌다. 이와 달리 중국은 2018년 미 · 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수출 상대국을 빠르게 다변화했고 수입에서도 집중도를 낮춰 왔다. GDP 대비 무역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네덜란드나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 역시 무역집중도를 낮추거나 낮게 유지하고 있다.

정 위원은 "중국의 경우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과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해 왔고, 한 · 중 FTA로 관세율도 낮아지면서 대중 수입이 전반적으로 확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산 자동차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미국 내 친환경차 수요 증가 역시 대미 수출 확대와 수출 품목 집중화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 위원은 "우리나라 무역의 변화는 상당 부분 미국과 중국의 기술적·산업적·정책적 변화와 양국 간 지정학적 갈등이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요인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우리 무역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그 결과, 대중 수입의 확대로 국내 제조업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경제안보에 위협이 되고 미래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수입품과의 경쟁이 심화된 제조업종의 경우 생산과 고용의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중국발 수입의 증가가 미국 제조업 노동자의 실업과 임금 하락을 유발하고 지역 경제의 실업률이 최소 10년 이상 높게 지속됐다는 보고에 따라 우리도 미국과 유사한 구조적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후속 연구들에 의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 위원은 대미 수출 증가에 대해 "그 요인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지속될수록 무역적자를 문제 삼는 미국 정부의 경제적 통치술(statecraft)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 위원은 무역 다변화와 국가 차원의 경제외교 및 통상협력과 기업 차원에서의 지원책이 병행되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 차원에서는 미·중 외 국가들과의 양자 및 다자 무역협정을 더 적극적으로 체결하면서 기존 협정은 심화해 새로운 무역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2021년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가입 추진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공급망 내 핵심단계의 생산이 일정 부분 국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생산의 국내화’를 유도하면서 수입 증가나 공급망 붕괴와 같은 무역 충격으로 피해를 입는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지원 체계를 내실화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은 "최근 정부가 급변하는 통상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점은 적절해 보인다"면서도 "통상 협상이 잘 마무리되더라도 경제안보 차원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취약한 무역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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