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은 그려진 순간보다 시간이 흐른 뒤에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재수의 연습장’은 바로 그런 그림들로 채워진 공간이다. 재수 작가는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일상의 장면을 관찰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을 정직하게 포착해왔다. 그의 그림에는 과한 연출도, 인위적인 감정도 없다. 그저 ‘그날의 마음’이 조용히 머물고 있을 뿐이다.
이 인터뷰는 재수 작가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생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다.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감추며 조용히 살아가지만, 그의 그림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 조용히 말을 건다. 작가는 유명세보다 즐거움을 좇고, 완성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며, 무엇보다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살아가는 삶 자체를 꿈꾼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그림은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그리고 살아가는 일과 그리는 일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 기록이 작은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
이 인터뷰는 재수 작가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생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다.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감추며 조용히 살아가지만, 그의 그림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 조용히 말을 건다. 작가는 유명세보다 즐거움을 좇고, 완성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며, 무엇보다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살아가는 삶 자체를 꿈꾼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그림은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그리고 살아가는 일과 그리는 일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 기록이 작은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

재수 작가 [사진= 재수 작가]
일상 관찰하면서 그림을 그리시는데 2014년에 진행했던 인터뷰에서는 사람들이 알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작가님을 알아보는 경우들이 생겼나
지금 재수 작가님의 그림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경험들이 있다면 뭔가
- 에드몽 보두앵의 <여행>, GIPI의 <창고 라이브>, 아사노 이니오의 <소라닌>을 읽게 된 것이 지금의 그림체를 가지게 되기까지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누군가 의뢰를 할 때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모든 작업을 하는 건 아닐텐데 재수 작가님께서 작업이나 협업을 할 때 기준이 있나
- 일단 제가 하고 싶은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일정상의 타이밍도 중요하다. 나머지로는 그 일이 내게 주는 의미, 재미, 수익을 두 가지 이상 충족하면 진행한다.
SNS의 장단점이 있지만 많은 영감을 얻고 우리가 쉽게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간접으로라도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SNS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있어서 달라진 것들이 있나요? 그리고 그게 작품에 어떤 영향을 줬나
- 저는 SNS의 장점만 창작과 발전에 활용하려고 하는 편이다. 새로운 플랫폼들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노트나 연습장을 샀다고 여기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것이 나에게 맞는지 파악하는 과정을 거친다. SNS를 통해 제 창작물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들을 보며 힘을 얻기도 한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서 구독자분들과 같이 창작을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한다. 제가 그림을 올리면 구독자분들이 댓글로 제목을 써주거나 혹은 반대로 문장을 써주시면 제가 그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SNS는 제 창작물을 알리는 채널이다. 동시에 제 작업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도구이기도 하다.

[사진= 김호이 기자]
작가님의 작품에는 사랑이 담겨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작가님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
- 잘 모르겠다. 저는 그냥 일상 속 장면을 관찰하고 마음에 들어오는 장면들을 그릴 뿐이다. 그 장면들 속에 사랑의 조각들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계속 그리면서 알아가도록 하겠다.
나는 엄청나게 공들여서 그렸는데 반응이 없거나 조금은 마음을 풀고 그렸는데 큰 반응이 있을 때도 많을 것 같은데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그림에 반응이 있고 어떤 종류의 그림에 반응이 없는 것 같나
- 대중의 반응을 점치거나 예상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걸 섣불리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제가 부정적인 내용을 그리면 부정적인 반응이 오고, 행복한 내용을 그리면 행복한 반응이 온다는 것이다.
재수의 연습장을 시작한지 어느덧 10년 가까이 됐다. 전시를 통해서 작품들을 보면서 많은 감탄을 했다. 꾸준함이 너무 멋지신 것 같다. 처음 재수의 연습장을 시작했을 때의 꿈을 얼마나 이뤘고 재수의 연습장을 하면서 생긴 꿈이 있다면 뭔가
- 시기 별로 꿈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저는 다만 저만의 그림체를 가지고 싶어서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많이 그릴까에 집중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꾸준함, 건강, 자기 계발 등 삶의 전반적인 것들이 모두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좋은 창작을 위해서는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 지금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사는 것이다. 그게 제 꿈이다.

[사진= 김호이 기자]
요즘 창작자로서 가장 고민이 되는 점들은 무엇인가
- 요즘이라기보다 항상 창작의 즐거움에 대해 고민한다. 즐거워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즐거움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가치다. 즐거움이 생겨나고 유지 가능하도록 환경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독자들과의 활발한 소통이 필요해서 ‘재수의 연습장’을 시작하게 됐고, 엄청나게 많은 팔로워들이 생겼다. 그리고 댓글을 통해서 독자들이 재밌는 제목들을 달아주기도 하고 반대로 독자들에게 제목의 아이디어를 물어보기도 하시는데 제목을 선정할 때 기준이 있나
- 제가 생각하기에 그림과 어울리는 제목을 선정한다.
자신의 재능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작가님께서 그림으로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자신이 재능이 있지만 자신이 그림을 못 그린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에게 작품을 보여주기를 꺼리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 저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이번 개인전이 있기 전까지 제가 연습장에 그려왔던 원화들이 전시되고 판매가 가능한 것인지 몰랐다. 그냥 과거의 제 자신에게 말한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잘하고 있으니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계속해보라고.
이 질문의 두 번째 질문에 언급되는 재능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생긴다. 저는 재능의 의미가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특출한 능력도 재능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것도 재능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창작물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도 재능이다. 제 생각에 대부분의 재능은 연습량과 연결되는 것 같다. 남들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는 연습을 하기에 앞서 자기 그림을 자기가 먼저 사랑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특별한 그림이 된다. 스스로 자신의 그림을 흔하게 생각하고 애정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 그림은 특별해지지 않는다. 자신이 그은 선을 자신이 제일 먼저 사랑해보시길 바란다.
앞으로 작가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의 방향은 어떤가
- 저는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제가 좋아하는 것을 제가 잘하는 방식으로 꾸준하게 많이 해나가면서 그 결과물들이 만드는 방향으로 흘러가보겠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창작자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몸의 건강이 정신의 건강을 만들고 정신의 건강이 더 좋은 창작물에 기여하는 것 같다. 건강합시다.

재수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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