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 9만명 이탈…SKT發 보조금 전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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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SKT)의 유심(USIM) 해킹 사태 이후 9만명 이상 가입자가 다른 통신사로 이탈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보조금 살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부 휴대폰 판매점(일명 성지점)에서는 아이폰16, 갤럭시 S25 등 최신폰을 ‘공짜폰’으로 제공할 뿐 아니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페이백까지 얹어 고객 유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SKT에서만 3만2,290명이 타 통신사로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KT는 1만7,722명, LG유플러스는 1만4,568명의 가입자를 새로 확보했다. SKT 가입자 이탈은 유심 무상교체 관련 조치가 언급된 다음 날인 26일부터 본격화됐으며, 실제 교체가 시작된 28일 이후부터는 하루 2만 명 이상이 빠져나가고 있다.

알뜰폰(MVNO)으로 이동한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이탈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 전산 처리상 일요일 가입자 이동이 월요일에 반영되는 만큼, 연휴 직후 더 큰 폭의 이탈이 집계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4월 한 달 누적 기준으로 SKT에서 이탈한 이용자는 총 9만4105명에 달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5만5,483명, 3만8,622명의 가입자가 늘었다. 업계는 유심 해킹 사태 이후 SKT에서 이탈한 수요를 KT와 LG유플러스가 사실상 '흡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사들은 가입자 이탈 방지와 신규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며, 최대 수십만 원에 이르는 판매 장려금을 앞세운 마케팅 경쟁에 나섰다. 일부 성지점에서는 이통사 간 번호이동 시 10만원대 프리미엄 요금제를 6개월 유지하는 조건으로 최신 스마트폰을 ‘0원’에 제공하고, 여기에 페이백까지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성지점에서는 SKT와 LG유플러스 번호이동 시 22만 원, KT는 8만 원의 페이백을 지급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아이폰16도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하면 128GB 모델 기준으로 16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위약금을 감수하더라도 최신폰과 보조금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 소비자에게는 실질적인 이득이 되는 셈이다.

전날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유심 해킹에 대한 SKT의 귀책 사유가 인정될 경우, 이용자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요구가 제기됐다. 유영상 SKT 대표는 이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거쳐 문제가 없다면 위약금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유 대표는 과기정통부의 판단뿐 아니라 SKT 내부의 종합적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해, 위약금 면제에 대해 여지를 남겼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청문회에서 "다수 법무법인에 관련 법률 검토를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SKT 귀책’으로 결론 날 경우, 위약금 면제가 새로운 판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위약금 때문에 SKT에서 타 이동통신사로 옮기지 못했던 고객들이 대거 이동할 수 있다. 기 지급된 보조금 규모 등을 고려하면 SKT가 천문학적인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통신 3사간 경쟁도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 수 있다. 통상 이동통신사는 단말기를 할부 판매하며 보조금을 지급하고 위약금을 통해 가입자들을 묶어 놓는데 해킹을 비롯한 사고 발생시 위약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면 지금과 같은 단말기 판매 구조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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