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올투자증권의 새로운 2대 주주로 DB손해보험이 올라섰다.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보유하던 지분을 넘기며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된 모습이지만, 거래 방식과 가격, 그리고 3대 주주 세코그룹의 지분 확대 움직임이 맞물리며 경영권 구도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17일 장 마감 이후 시간외매매를 통해 김 대표로부터 지분 9.73%(592만3990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입했다. 주당 가격은 3900원으로, 당시 종가였던 3665원을 웃돌았다. 블록딜은 통상 할인된 가격에 이뤄지지만 이번 거래는 프리미엄이 붙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업계는 DB손보가 다올의 자산운용 역량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번 지분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를 통한 운용 수익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뚜렷한 사업 시너지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가격에 지분을 인수한 배경을 두고는 의문도 제기됐다.
DB손보는 이번 거래 목적을 ‘일반투자’로 공시했다. 단순투자와는 달리 일반투자는 배당 요구나 주주 제안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 방식이다. 이에 향후 경영 참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워보인다.
이번 거래로 김 대표가 보유했던 14.23% 중 절반 이상이 DB손보에 넘어갔다. 그는 2023년 SG증권발 주가 급락 이후 다올 지분을 집중 매입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고, 이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보유 목적을 바꾸며 경영진 보수 삭감과 자회사 매각 등을 요구했으나, 작년 주총에서 관련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이후 이번 블록딜을 통해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손을 뗀 것으로 보인다.
DB손보는 이미 DB증권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올투자증권 지분 확보를 단순한 투자 다변화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블록딜이 공시된 직후 다올투자증권 주가는 하루 만에 14% 넘게 하락했다. 이후에도 3~4%대 등락이 반복되며 시장은 높은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새로운 경영권 구도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DB손보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백기사'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준기 DB금융그룹 회장과 이병철 다올 회장이 고려대 동문이라는 점이 배경으로 거론되지만, 나이 차이가 크고 이 회장이 중도에 학업을 그만둔 점을 고려하면 학연에 기반한 유착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있다.
다올 측은 이번 지분 거래에 대해 DB손보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이 아닌 금융기관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점에 대해서는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3대주주인 세코그룹은 최근 지분을 9.35%까지 늘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금융회사의 지분율이 10%를 넘을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해 추가 매입에는 제한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경영 리스크에 대한 우려까지 겹친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5일 다올의 기업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각각 하향했다. 부동산 금융 부문 위축과 자본적정성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올의 순자본비율은 218.4%로, 소형 증권사 평균인 461.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편 신용등급 하락은 자금 조달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이 리테일 비중이 낮고 기업금융과 프로젝트파이낸싱 중심의 구조라는 점에서 자본 확충이 불가피할 경우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
다올투자증권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3% 감소한 1조4426억원이었다. 영업손실은 749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회사 측은 “현재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수익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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