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여행은 처음인데요, 오길 잘한 것 같아요. 또 오고 싶어요.”
봄기운이 완연한 4월 어느 날, 강원 속초에서 배우 최다니엘과 조우했다. 지난해 8월 강화도 당일치기 여행 이후 근 1년 만이었다.
1년 새 그는 모든 분야에서 ‘대세’가 돼 있었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 등 다방면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가 하면, 최근에는 정글밥과 위대한 가이드 등 여행 예능 촬영을 위해 페루와 르완다, 아르헨티나까지 다녀왔단다.
쉴 틈 없이 달려온 그에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제안했고, 다니엘은 흔쾌히 수락했다. “여행을 즐기지 않는다”고 말했던 그가 다시 한번 가방을 들고 나섰을 정도라면, 첫 여행이 제법 괜찮았던 모양이다.
봄바람은 다소 쌀쌀했지만, 그날의 공기엔 모처럼의 여유와 설렘이 묻어 있었다. 이번에도 큰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지만, 속초를 온몸으로 만끽하는 다니엘의 모습은 유독 인상 깊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취향저격...속초관광수산시장
점심 즈음, 속초 해변에 모였다. 우선 허기부터 달래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는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일행에게 속초관광수산시장 근처 속초문어국밥을 추천했다. 수 년 전, 맛본 국밥의 맛이 무척 강렬했다는 이유로.
평소 해산물 요리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국밥’은 좋아한다는 다니엘은 제안에 적극 찬성했다.
동해안 주민들이 제사상에 문어를 올리던 관습이 문어국밥의 시초다. 한우와 문어. 이 어색할 것만 같은 조합이 무척 잘 어우러졌다. 거기에 시래기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 진하면서도 텁텁하지 않은 국물 한 입에 시원함과 고소함이 연달아 밀려들었다. 밥 한술에 야들야들한 문어와 한우 고명, 김치까지 얹어 크게 한 입 떠넣으니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다.

배를 든든히 채운 후 속초관광수산시장을 찾았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속초 어디로든 떠나기 좋고, 여행지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르기도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속초관광수산시장엔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이곳은 방문할 때마다 늘 인파로 북적인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70년의 역사를 품었지만, 먹거리와 볼거리는 나날이 트렌디해진다. 남녀노소 국적 불문 여행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 ‘K-관광마켓 1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우리는 시장 안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속초’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강원도 막걸리로 반죽해 발효한 후 커다란 찜통에 갓 쪄낸다는 술빵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대기줄의 끝이 어딘지도 모를 만큼 길게 늘어서 있었으니.
가게마다 마련된 시식 코너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각양각색 생과자와 다양한 부각, 튀김, 닭강정, 젓갈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맛볼 수 있도록 한 맛보기 음식들이 구미를 당겼다.

시장 나들이를 끝낸 다니엘의 양 손에는 어느새 먹거리가 가득 들려 있었다.
“속초 인심이 푸근하네요. 상인 분들도 친절하고 먹거리도 맛있었어요. 닭강정 종류도 이렇게 다양한 줄은 미처 몰랐어요.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1세대 실향민의 삶...아바이 마을

아바이 마을은 6·25전쟁 당시 함경도에서 내려온 실향민 1세대들이 정착해 이룬 곳이다. 고향에 돌아갈 날을 그리며 더욱 악착같은 삶을 살았던, 실향민의 고단하고 애절한 삶의 이야기가 흐르는 곳이다.
누군가에겐 삶의 애환이, 또 누군가에겐 추억이 고스란히 머무는 마을에 닿으니, 바다만 보이는 여행에서 삶이 보이는 여행으로 무게가 이동하는 듯했다.

갯배는 다리가 개통되기 전, 아바이마을과 시내를 이어주던 교통수단이었다. 사람이 직접 줄을 끌어당기며 움직이던 이 갯배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 모습이 변했다.
우리는 갯배를 타진 않았다. 그저 물살 위를 천천히 미끄러지는 배를 바라봤고, 그 위에 선 관광객들을 지켜보며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다.
그는 간이 줄을 당겨 천천히 건너는 갯배에 한동안 시선을 고정했다. 아이들보다 더 진지한 눈빛으로 갯배의 움직임을 따라가던 다니엘의 모습은, 배우가 아닌 평범한 여행자 그 자체였다.
다니엘은 “다음에는 꼭 갯배도 타보고 싶다”고 말했다.

힐링여행, 정점은 호캉스...홈마리나 속초

이곳은 지난해 6월, 반얀그룹이 속초에 개관한 홈(HOMM) 브랜드 호텔로, 태국 방콕, 인도네시아 바투리티, 중국 시안, 일본 오키나와에 이은 8번째 지점이다.
속초해변에서 도보 4분 거리에 자리 잡은 이 호텔에는 ‘유일’한 것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21층에 자리한 사계절 인피니티 풀과 루프톱 바다. 국내 호텔 중 유일하게 수온 40도까지 유지되는 인피니티 풀에선 속초 바다와 청초호,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고, 바다를 배경으로 멋진 인생샷을 건질 수도 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는 흥겨운 디제잉 파티가 펼쳐진다. 개관 후부터 젊은 세대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이유인 듯싶다. 그도 그럴 것이 홈 마리나 속초의 객실 가동률은 평일에도 평균 60%를 넘긴다. 주말과 성수기에는 만실 행렬이다.
객실은 전체 150개로, 여행객 구성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가장 전망이 좋기로 소문난 홈 스위트 객실의 경우 최대 6명까지 투숙할 수 있다. 이 객실을 찾은 호건핑 반얀트리 회장도 20분간 머물며 극찬했다는 후문.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 햇살, 물결에 따라 반짝이는 동해의 수면, 멀리 설악산 자락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여행의 피로보다도, 도시에서 쌓인 마음의 부담이 먼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홈 마리나 속초는 호텔 전체의 조도를 2700k로 맞춘 유일한 호텔이기도 하다. 이 조도가 ‘집 같은 편안함’을 안긴다고 해서 이렇게 설정했다고.
국내에 자리한 전 세계 브랜드 호텔이 설계 시공을 외국 업체에 맡기는 반면, 홈 마리나 속초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국내업체에 맡긴 점도 특이하다.

투숙객이 언제든 간편하게 물을 마시거나 테이크 아웃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H2O 스테이션 및 그랩 & 고(Grab & Go) 스테이션을 마련했다.
호텔 내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인 설악비스트로(Seorak Bistro)는 현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조식 뷔페부터 스테이크 등 디너까지 다채롭게 제공한다. 온종일 인룸 다이닝을 선보이는 속초 지역 호텔도 홈 마리나 속초가 유일하다.
홈 마리나 속초는 롯데호텔과 풀만, 인터콘티넨탈 등에서 근무하고 수많은 수상 경력까지 쌓은 베테랑 호텔리어, 김광수 총지배인을 선임해 함께 하고 있다.
김광수 홈 마리나 속초 총지배인은 "홈 마리나 속초는 한국에서 그 어떤 호텔도 해본 적이 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한국 최초로 한국적인 멋과 지역적인 설악산의 웅장함, 트렌디한 모던함을 절묘하게 배치해서 객실을 완성했고, 투숙객은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속초 여행에 나선 다니엘은 한층 더 여유롭고 자연스러워진 느낌이었다. 그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함께 한 시간’에 대한 만족도 포함됐으리라.

여행이 끝난 뒤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속초의 바람과 시장의 내음, 문어국밥의 따뜻한 국물, 창밖에 펼쳐지던 동해의 반짝임은 여전히 마음 한켠에 남아 있다. 언젠가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하게 될 때, 이날의 기억이 자연스레 다음 여정으로 이끌 것만 같다. 바람을 타고, 파도를 타고, 우리 마음속에서 천천히 이어지는 또 다른 이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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