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수민 감독은 배우 박지훈을 두고 '연시은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공부 외에는 관심 없던 소년이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폭력에 맞서고 무너지는 과정을 거쳐 다시 일어서는 모습까지. 박지훈은 시즌1과 2를 관통하며 진정 '연시은'으로 살아왔다. 유 감독이 "박지훈 덕에 해결되는 게 있었다"는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약한 영웅'의 무드와 중심을 굳건히 지킨 건 배우 박지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연시은'이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애정이 깊은 작품이고 애착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아직도 여운을 느끼고 있어요. 시즌1은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채 엔딩을 맞았는데 시즌2는 (연시은이) 웃으며 끝났기 때문에 후련한 마음도 있어요. 결국 여기까지 연시은의 웃는 얼굴,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구나 싶었어요."
"시은이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시즌1은 시은이 악에 받친 모습으로 엔딩을 맞았는데, 시즌2는 웃을 수 있어서 안도감을 느꼈어요. 복합적인 감정이었죠. 많은 분이 하나의 목표점을 가지고 달려왔다는 점에서도, 시은에게 가지는 저의 안쓰러움도, 여러 복합적인 감정에서 눈물이 터졌던 것 같아요."

'연시은'은 약한 영웅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 인물이다. 시즌1과 2의 주연 배우들이 크게 변화를 맞고 캐스트도 한꺼번에 바뀌었던 상황. 전작의 무드와 메시지를 이어가는 건 박지훈의 몫이었다. 주인공, 그리고 시리즈를 잇는 인물로서 가지는 무게감은 어땠을까?
"부담감과 책임감은 무조건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시은'은 중요한 인물이니까요. 하지만 캐릭터를 위해 제가 따로 준비한 건 없어요. 너무 애정이 크다 보니 오히려 온오프가 잘 되더라고요. 시은을 떠내 보내서는 제 삶을 살았고 다시 첫 리딩에서는 그의 모습이 꺼내졌어요. 현장에서 '어떻게 시은이가 바로 튀어나오냐'고 할 정도로요. 시즌1이 제게도 너무 아프고 아쉬움이 남는 엔딩이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시즌2에서 바로 제가 사라지고 시은이 튀어나오게 되더라고요."
유 감독은 "연시은을 홀로 은장고로 보내버리고 끝내버려 미안했다"고 말한 바 있다. 무너진 인물을 그 자리에 두고 홀연히 떠나버려 빚진 마음도 들었다는 거였다. 그건 박지훈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시은이를 은장고에 두고 온 게 미안했어요. 다시 한번 친구를 사귈 수 있게 하고 일어설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작품에 대한 애정도 컸고요. 시즌1 마지막 장면 찍고도 현장에서 훌쩍훌쩍 울었는데 당시도 떠오르더라고요. 시즌2에서 시은이 웃으며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에 출연한 게 아닌가 싶어요."

박지훈의 말대로 시즌1은 '연시은'이 감정적으로 무너지고, 시즌2는 무너진 감정과 관계를 다시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박지훈은 이같은 감정선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시즌2에서 박후민(려운 분), 고현탁(이민재 분), 서준태(최민영 분)와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언급했다.
"시즌2에서 시은이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모습을 짧게나마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박물관에서 금성제(이준영 분)를 만나기 전에 바쿠, 고현탁, 서준태와 편의점 음식을 먹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시은의 얼굴이 편안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웃는 듯, 웃지 않는 듯 은은한 얼굴을 짓고 있는데 매우 편안한 상태라고 여겼어요. 그 감정과 얼굴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잘 담겼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민을 많이 한 장면이었거든요. '어느 정도로 웃어야 할까?' '어느 정도로 편안함을 느껴야 할까?' 과하지 않게 새로운 친구들과도 편안해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즌1과 시즌2의 연시은은 확실히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 박지훈 역시 이를 강조하며 심적인 변화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시은이 변화했기 때문에 그 점을 확실히 표현해야 했죠. 싸울 때 그런 모습이 많이 보여요. '이런 유치한 짓, 지겨운 짓 그만하자'는 마음이 담겼고 그런 눈빛으로 (상대를) 보았어요. 시즌2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다시 친구들과 사귀고 사건을 풀어가야할까?' 고민했고, 나백진(배나라 분)과 대립하며 사건을 풀어갈 수 있을지 그 모습이 이해되도록 관계성을 잡아갈 수 있을지 고민했죠."

시즌1의 인물과 만나고,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장면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지훈은 "수호(최현욱 분)가 깨어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슛 들어가기 전부터 눈물이 났다"며 애달픈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복합적이었어요. 슛 들어가기 전부터 눈물이 나더라고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기도 하고, 연시은의 심정으로도 마음이 아프고요. 그런 복합적 감정이 눈물로 쏟아진 거 같아요. 하지만 (필요한 장면은) 눈물을 흘리기보다 송골송골 맺히며 편안하게 그를 본다는 느낌을 내야 했거든요. 눈물이 쏟아져서도 힘든 장면이었네요. 하하."
'연시은'은 제작진도 시청자들도 인정하는 '케미(스트리) 요정'이다. 상대 역들과 만날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찾아내고 케미스트리를 끌어내곤 했다. 시즌2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건 금성제와의 액션 신. 박지훈은 "(이)준영 형 덕분에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다.
"준형이 형은 실제로는 대선배님이에요. 음악 방송 활동 때 만났다면 눈도 못 마주칠 정도의 대선배님이십니다. 하하. '약한 영웅'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형이 정말 친근하게 대해주고, 스스럼없이 다가와 주셔서 저도 어렵지 않게 대할 수 있었어요. 장난도 정말 많이 걸어주세요. 저도, 형도 춤추는 걸 좋아하는데요. 사적으로 만나서 춤 연습도 하고 영상도 찍을 정도예요. 그런 편안함이 작품에도 담겼던 걸까요? 시청자분들께서 금성제와 연시은의 싸움 장면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둘이 만나는 장면이 왜 이리 인기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하."
시즌2에서 더욱 강조되었던 액션 신에 관해서도 이여기 했다. 시즌1보다 더욱 대규모의 액션신이 있었던바. 박지훈은 "싸움 방식에서도 성장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즌1은 피할 수 없는 싸움에서 나름의 싸움 방식을 가지는데 시즌2는 그게 노하우로 성장했다고 생각했어요. 시즌2 대규모 액션신은 2주 반 동안 찍었습니다. 저는 늦게 합류하긴 했지만, 정말 재밌었고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앞서 '약한영웅' 시즌1은 지난 2022년 웨이브에서 공개돼 큰 인기를 끌며 웨이브 주요 콘텐츠로 불려 왔다. 이후 플랫폼을 옮겨 시즌1과 시즌2 모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바. 시즌2는 물론 시즌1까지 역주행하며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시즌1이 다시 화제를 얻고 많은 분이 좋아하신다니 놀랍기도 하고요. 소년이 친구들을 사귀면서 겪는 성장통에 관해 공감하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또 화끈한 액션도 매력적이고 브로맨스나 케미스트리적인 면들도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지 않았을까요? 그게 '약한 영웅'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박지훈에게 '약한 영웅'은 어떤 작품이고, 필모그래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다.
"'약한 영웅' 이후에 만난 감독님들이 '연시은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하시기도 하고…. 여러모로 영향이 컸죠. '약한영웅'과 연시은이 다 연관돼 있고 이어져 있구나 싶어요. 그래서 신기하고 고맙죠.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고, 캐릭터예요. 감독님, 배우들, 스태프까지 제게 깊은 감정을 남겼고요. 그래서 빨리 '연시은'을 떨쳐내고 싶지 않아요. 캐릭터에 대한 마음, 애정을 오래 유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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