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민주주의의 놀라운 회복력처럼 한국경제도 다시 날아오를까

사진조혜경 경제민주주의21 대표
[사진=조혜경 경제민주주의21 대표]

3년 만에 치러지는 조기대선 레이스가 본격 궤도에 올라섰다. 대통령의 꿈을 품고 출사표를 던진 후보가 십수명에 달했고, 선거철이면 으레 벌어지는 화려한 말 잔치도 풍성하다.

누가 봐도 평범한 정치인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순간 한국사회의 모든 고질병을 낫게 할 수 있는 초능력자로 변신한다. SF 영화, 만화에서나 통하는 판타지가 대한민국 대선 경쟁의 고정 내러티브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모든 후보가 하나같이 경제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지만, 다 공허한 메아리처럼 울린다. 정책공약이 빈 약속이라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학습한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쏟아내는 감언이설에 무감하고 무관심하다.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고, 서슴없이 거짓말을 해도 그것이 정치의 속성이라 받아들인다.

대한민국 신뢰도 지수가 세계 최하위권인 것은 권력자들의 무책임한 거짓말 정치 탓이 결정적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어설프게 급조된 경제정책이 성과를 낼 리 만무하다. 화려한 약속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초라한 결과를 마주한 유권자들은 알면서도 속은 것에 분풀이하듯 선거 때마다 정권을 갈아치운다.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결정과 헌재의 파면 결정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증명했지만, 정치 불신은 극단적인 증오정치로 치달으며 정국 불안을 부추긴다. 대통령을 바꾼다고 평온이 찾아올 것이라 믿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연거푸 파면당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로 정치가 온전하지 않으니, 경제가 잘될 리 없다.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고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권위주의 체제 하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사례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준다는 주장과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치와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고, 민주주의든 권위주의든 정치 안정은 경제성장의 전제조건이라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은 전세계의 극찬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지만, 맥없이 가라앉고 있는 한국경제를 다시 날게 할 수는 없다.

국내 정치 상황도 암울하기 짝이 없는데, 우리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대외경제 환경은 더 절망스럽다. 반도체, 배터리, 철강, 석유화학 등 한국 주력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고, 인공지능(AI) 산업 역량은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에서 보호주의의 확산, G2 패권 경쟁 악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압박,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까지 첩첩산중이다. 
 
한국경제 위기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내놓은 처방은 성장이다. 한국경제의 성장 위기를 더 많은 성장으로 돌파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문재인 정부의 '이념적 성장론'을 '묻지마 성장론'으로 대체하고 수많은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그 핵심은 민간이 휘청대고 있으니, 정부의 힘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정부 주도의 '묻지마 성장론'은 먹사니즘·잘사니즘을 위해서는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철학과 소신에서 나온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을 들여다보면 1인당 25만원 전국민 민생지원금 같이 부족한 수요를 떠받치는 내수부양책부터 100조원 규모의 AI 투자와 K-엔비디아 육성, 북극항로 개척과 대륙철도 연결, 부·울·경 30분대 생활권 구축을 위한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까지 휘황찬란하다.

전 정권에게 물려받은 105조원의 적자 탓에 새 정부가 재정을 동원하는 것은 출발부터 가시밭길이다. 더구나 증세는커녕 감세 선물세트를 약속한 상황에서 무슨 수로 돈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인지 '묻지마 성장론'이 화려해질수록 의구심도 커진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재정의 힘에 대한 과신은 화를 부르기 마련이다. 과욕초화(過慾招禍)의 경각심을 놓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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