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日, 고물가에도 소비세 감세 안할 듯…"사회보장 재원 48조 부족"

  • 소비자물가지수 매달 3% 상승 중...쌀값 전년 대비 2배

  • 야당 및 자민당 일부 의원 감세 요구...세수 최대 97조원 감소 전망

  • 이시바, 소비세 인하 방안 보류 방침...자민당, '연구회' 열어 당내 '감세파' 설득

일본 도쿄의 한 시장사진AFP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한 시장[사진=AFP·연합뉴스]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일본에서 여름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 및 집권 자민당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소비세 감세 주장이 떠오른 가운데, 일본 정부가 사회보장 재원 부족을 이유로 감세 조치를 시행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자민당 내에서도 ‘감세파’ 의원들이 감세 요구를 이어가고 있어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에서는 이달 초 있었던 ‘골든 위크’로 불리는 황금 연휴에도 고물가로 인해 집에서 쉬는 ‘집콕’ 인구가 크게 늘었다. 나흘 휴가를 쓰면 최장 11일을 쉴 수 있었지만 집에서 휴가를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절반에 이르렀다.

연휴 기간 도쿄의 한 비즈니스호텔 숙박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라 하루에 20만원 정도나 했다. 실제 전국 8개 상장 비즈니스호텔 평균 객실 가격은 2020년 7237엔(약 7만원)에서 2024년 1만3986엔(약 13만5000원)으로 배 가까이 뛰었다.  

가족 단위로 찾는 테마파크나 놀이공원 입장료도 크게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을 대표하는 대형 테마파크 입장료는 개장 당시보다 2배 올라 1만엔을 넘어섰다. 도쿄디즈니리조트는 2023년 성인 1일권 가격이 1만900엔(약 10만5000원)으로 올랐고, 오사카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도 이번 달부터 1만1900엔(약 11만5000원)으로 입장권 가격이 껑충 뛰었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이번 골든위크에 “테마파크 가고 싶다는 사람 대비 실제 방문을 계획한 사람의 비중이 30%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매달 3% 안팎으로 상승 중이다. 특히 식료품 등 서민 일상과 가까운 물품들의 물가 인상률이 눈에 띈다. 3월 CPI를 보면 우선 ‘레이와의 쌀 소동’이라 불리는 쌀 부족 여파로 쌀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92.1%나 급등했다. ‘식료품’ 전체로 보면 7.4% 상승했고, ‘전기 요금’과 ‘가솔린’ 가격도 각각 8.7%, 6.0% 올랐다.

상황이 이러하자 일본 정치권, 특히 야당 중심으로 7월 20일께 있을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소비세 감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입의 대부분을 식비에 쓰는 저소득층일수록 물가 상승으로 인한 타격이 큰 만큼, 식품 소비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선거 공약에 포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식료품 세율을 1년간 0%로 낮추자고 요구하고 있고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도 감세를 목표로 내걸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도 감세 요구에 동참 중이다. 공명당은 감세가 실현되기 전까지 임시 조치로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주장했다. 집권 자민당은 당 지도부가 감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참의원 의원 80%가 소비세 감세를 희망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현행 소비세율은 10%이고, 일부 상품에 한해 8%가 적용된다. 소비세는 연금과 의료, 요양, 육아 지원 등 사회보장 재원으로 활용되는데, 식품에 적용되는 8%의 경감 세율을 0%로 낮추면 약 5조엔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해진다. 또한 감세를 시행할 경우 세수가 최대 10조엔 감소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한번 소비세를 인하하면 쉽게 되돌리기 힘들다는 점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닛케이와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9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사회보장 재원 확보의 어려움을 들어 소비세 인하 방안을 보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로서는 소비세율을 인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세는) 사회보장 제도를 지탱하는 중요한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자민당의 한 간부는 닛케이에 “과거 증세를 감행했을 때보다 사회보장비가 더 증가했는데, 어떻게 소비세 감세를 할 수 있겠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자민당 세제 조사회는 다음 주부터 소비세 관련 연구회를 시작할 예정이다. 연구회는 사회보장 재원의 중요성과 세제 체계에 대해 설명하고 당 내 감세론을 차단하려는 목적에서 열린다. 다만 자민당 내의 적극 재정파 의원연맹은 8일, 생활 필수품의 소비세율을 영구적으로 0%로 낮추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모리야마 히로시 당 간사장에게 전달했다.

공명당 역시 감세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사이토 데쓰오 당대표는 9일 기자회견에서 “(연구회에서) 소비세 감세를 안건으로 올려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원 확보를 동시에 제안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재원을 언급하지 않고 소비세 감세를 호소한다는 비판을 의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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