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쇼핑 리스트'에 변화가 감지된다. 반도체·이차전지 중심의 매수세가 다소 숨을 고른 가운데, 유통·소비재 종목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삼양식품과 아모레퍼시픽이 있다. 올해 들어 이들 종목에만 4000억원 넘는 매수세가 유입됐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외국인은 삼양식품을 2300억원, 기관투자자는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2153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러브콜'은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과 무관치 않다. 두 기업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와 수익성이 입증됐고, 생산능력 확대·유통채널 다변화 등으로 중장기 성장 모멘텀도 갖췄다. 하반기 경기 회복과 소비 심리 개선이 맞물릴 경우, 유통주가 증시의 새 주도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본격적인 주가 재평가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삼양식품의 경우 최근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해 '황제주' 반열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주당 100만원 돌파는 1975년 상장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지속되며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인 결과다.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삼양증권의 목표주가를 120만원으로 내다봤다. 주가 상승여력이 남았다는 평가다.
삼양식품의 올 1분기 매출액은 4928억원, 영업이익 1129억원으로 전망된다. 라면 수출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 늘어난 2억2900만 달러(약 3165억원)로 전체 매출 8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능력 확대도 긍정적이다. 오는 6월 밀양 제2공장 가동이 예정돼 있고, 2027년에는 중국 현지 공장도 가동될 예정이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호적 환율 영향 속 전분기에 이어 수출 실적 성장이 전체 외형 성장 및 수익성 개선을 겨인할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 동남아, 유럽 수출이 증가하며 분기 수출 실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관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종목 중 하나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는 호실적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며,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를 기존 16만원에서 17만8000원으로 11.25% 상향조정했다.
올 1분기 매출액 1조675억원, 영업이익 1177억원을 기록했으며, 전년동기 대비 각각 17.1%, 62%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발목을 잡던 중국 실적도 8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 실적 반등의 핵심은 서구권 시장이다. 북미에서는 라네즈, 에스트라 등 주력 브랜드의 매출이 평균 80% 급증했으며 유럽도 성장세를 지속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계절적으로 연결 매출액이 1분기 대비 감소하는 시기이고 6월 인센티브 지급으로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면서도 “해외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중국 흑자 유지, 대형 브랜드 성장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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