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인공지능(AI) 담당 정부 부처 규모가 정책과 예산 규모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공무원 수를 무조건 늘리기보다는 합리적인 조직 확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원칙과 방향성 없는 조직 확대는 예산 낭비는 물론 국가 AI 산업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이종호 서울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단순히 AI 전담 부처의 조직 크기를 비교하기보다는 정책적 상황, 인력 규모,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작정 관련 인력을 늘리기보다 적재적소에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현재 AI가 빠른 속도로 상용화되며 우리 일상을 바꾸고 있지만 앞으로 10년 뒤를 내다 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보다 원칙을 세우고 전문 인력이 장기에 걸쳐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 역시 우리나라 AI 정부 조직이 원칙, 방향성, 전문성을 중심으로 확대·개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이 순환보직으로 근무하면서 국가 AI 정책을 담당하게 되면 조직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현재는 기술 해석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므로 전공자나 현업 종사자, 즉 과학자들이 AI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사권과 예산권은 정부 부처에서 매우 중요한데 정책 연구는 과학자가, 인사와 예산은 공무원이 결정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기술 해석에 전문성이 필요한 지금, 비전문가의 오판으로 인한 실수는 수조 원에 달하는 예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최 교수는 시장 주도의 AI 산업에서 공공의 역할에 대해 “공공은 시장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지원하거나 시장이 준비하지 못한 부분을 미리 대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연구를 가속화하고, 산업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민간을 지원하며,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정부 조직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구윤철 서울대 특임교수(전 국무조정실장)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에도 모든 관련 부처가 AI 조직을 두고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윤철 교수는 “AI 전환을 위해 과기정통부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 AI와 관련된 모든 부처에 AI 조직이 필요하다”며 “신규 AI 조직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기존 조직을 개편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만의 과제가 아니라 모든 부처와 국민이 함께 전환해야 하는 과제”라며 “AI 세계 1위인 미국이 이와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을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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