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SKT) 유심 해킹 사고 여파로 최근 들어 은행에 고객이 몰리고 있다. 유심 해킹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를 사전에 막고자 '안심차단' 서비스를 신청하려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출 같은 은행의 본래 업무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고를 발표한 이후 안심차단 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 은행을 찾는 고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통해 안심차단 서비스를 신청한 건수는 57만건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가 33만건,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가 24만건이다.
한 은행은 해당 기간 직접 영업점을 통해 신청받은 안심차단 건수만 3만건에 달했다. 영업일 기준으로 하면 단 닷새 동안 받은 건수다.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가 1만2700건,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가 1만4200건 수준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달 22일 해커 악성 코드 공격으로 유심 등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유심 정보가 탈취되면 타인이 불법 유심을 만들어 신원을 도용하거나 문자메시지 데이터를 가로채는 등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 안심차단 서비스 수요가 급증한 이유다.
안심차단 서비스는 크게 비대면 계좌 개설과 여신 거래 두 가지다. 비대면 계좌 개설 안심차단 서비스는 대면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계좌가 새로 개설되는 것을 막아준다. 또 여신 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는 신용대출, 카드론, 신용카드 발급, 예·적금 담보대출 등 모든 여신성 거래와 관련한 비대면 신청을 원천 차단한다.
현재 주요 금융사는 모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안심차단 서비스를 신청받고 있다. 다만 그중에서도 은행에 고객이 몰리는 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고 전국에 영업점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비대면 방식 신청이 쉽지 않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은행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해킹 사고가 발표된 지 한 달가량 되어가지만 여전히 안심차단 서비스를 신청하는 고객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NH농협은행은 지난 7일부터 대면으로만 신청받던 안심차단 서비스를 앱, 홈페이지 등 비대면으로도 할 수 있도록 바꿨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금융당국도 안심차단 서비스 신청 환경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달 말 농협조합을 시작으로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도 순차적으로 모바일 앱에서 비대면 안심차단 서비스 신청이 가능하도록 한다. 그동안은 대면으로만 신청할 수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대출 같은 일반 상담을 받으러 오는 고객은 사전에 예약을 하고 오는 게 좋다”며 “고령인 고객이 비교적 친근한 은행을 찾아 안심차단 서비스를 신청하다 보니 대기 시간이 훨씬 길어지는 등 일반 상담 업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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