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17일 우리나라가 미국 3개 업체와 아르헨티나 업체를 제치고 미주리대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초기 설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뉴스가 타전됐다. 대형원전은 물론이고 소형원전 개발 분야에서도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이번 수출계약은 1959년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트리가 마크-Ⅱ 연구로를 지원 받아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원자력 기술의 토대를 닦고 발전시킨 이후, 결국 66년 만에 원자력 기술의 종주국인 미국에 원자로 기술을 거꾸로 수출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현대엔지니어링, 그리고 미국 MPR과 컨소시엄을 이루어 수주한 이번 사업은 차세대 미주리대 연구로(NextGen MURR, NGM) 건설의 전체 사업 중 본격적인 원자로 설계에 들어가기 전 설계요건 설정, 원자로 상위 사양 결정 등을 수행하는 선행 단계다. 즉 이번 사업을 수주함으로써 본사업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계약 규모는 1000만 달러로 원자력 수출 규모치고는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전 세계 원자력 기술을 주도해 온 미국이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력을 매우 높이 평가해 선정했고,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 있어 그 상징성과 의미는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차세대 미주리대 연구로 건설사업은 미국 내에 주로 진단·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RI)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동시에 물질의 구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냉중성자 장치 등의 활용을 목표로 추진됐다. 이번 사업의 특징은 발주자 측에서 매우 높은 기술 사양을 요구해 왔고, 높은 중성자속 요건을 강조하는 등 매우 까다롭게 조건이 설정됐다. 높은 중성자속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연구로에 장전할 핵연료가 중요한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고밀도 핵연료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꾸준한 지원을 바탕으로 연구 수행 그룹의 협력과 노력이 결국 ‘원전 종주국으로의 원자로 기술수출 성과’라는 결실을 맺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자력 기술은 명실상부한 애국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9년 요르단에 연구로, 그리고 아랍에미리트(UAE)에는 대형 원전인 APR1400을 각각 수출함으로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성과가 나란히 기술수출로 이어지며 원자력 기술의 가치를 이미 인정받은 바가 있다. 올해도 차세대 미주리대 연구로와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최종 수주전에 있어 우리나라가 나란히 본계약을 따내어 국가 경제가 어려운 현시점에서 원자력이 큰 보탬이 되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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