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이 방카슈랑스를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기초 작업에 들어갔다. 그간 종이 서식으로만 판매하던 업무 방식을 모두 전자화하면서다. 이를 통해 계약 시간 단축 등 판매 효율과 영업 환경을 개선하며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달 초부터 영업점에서 방카슈랑스를 판매할 때 종이 서식이 아닌 전자 서식을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인데 이를 판매하는 절차를 디지털화한 것이다.
이러한 방카슈랑스의 디지털화는 보험사와 상품별 업무 서식 형태가 전부 달라 전자화가 쉽지 않다. 대출, 예·적금 등 대부분 업무를 태블릿 PC로 처리하는 것과 달리 방카슈랑스는 대부분 은행이 종이 서식을 활용하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디지털 전환에 나선 건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방카슈랑스 판매 절차를 디지털화하면 서류 작성 간편화로 고객 편의성이 증대되고, 계약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또 디지털로 보험 판매 기록 등을 관리하는 만큼 부차적인 업무 제거로 행원의 영업 환경이 개선되고, 자연스럽게 판매 효율이 올라갈 수 있다.
현재 주요 은행 중 방카슈랑스 관련 절차를 디지털화한 건 하나은행과 신한·우리·NH농협은행 정도다. 앞서 신한은행은 2023년 은행권 최초로 방카슈랑스 모든 절차를 전자화했다. 또 우리·NH농협은행은 각각 지난해 2월과 12월 전자 창구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른 은행 역시 연내 방카슈랑스 디지털화를 준비 중이다. KB국민은행은 현재 방카슈랑스 시스템 현대화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며 오는 9월 완료한다는 목표다. 방카슈랑스의 노후 서버를 교체하고, 효율적인 전산 시스템으로 바꾼다. 부산은행은 지방은행 최초로 방카슈랑스 디지털 창구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이달부터 시작해 이르면 올해 12월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방카슈랑스 등 비이자이익 확대가 보다 중요해지자 은행들이 하나둘 디지털화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이자이익이 리딩뱅크를 가를 핵심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여파로 아직 금융투자 상품 판매가 사실상 제한돼 방카슈랑스는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주요 수단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가 예고된 점도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방카슈랑스의 ‘25% 룰’을 완화하기로 했다. 은행에서 방카슈랑스를 판매할 때 한 보험사의 상품 판매 비중이 25%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해 왔는데 이를 33~75% 수준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은행은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료를 더 벌어들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1~2분기가 은행 수익의 정점이 될 것”이라며 “연체율이 높은 대출 대신 방카슈랑스 같은 부문에서 비이자이익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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