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이준석 or 김문수, 이제 결단하라

  • "분열은 패배...보수의 시간은 지금 뿐"

  • '대의를 위한 양보없인 이재명 못 이긴다"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각 후보의 대선 지지율 흐름이 심상치 않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한 무선 전화면접 조사에서 이재명 46%, 김문수 32%, 이준석 10%라는 결과가 나왔다. 불과 일주일 전엔 이재명이 49%였고, 김문수는 27%, 이준석은 7%였다. 이 수치를 두고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확실한 것은 이재명의 상승세가 꺾였고, 보수 후보들의 합산 지지율이 42%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이재명은 긴장해야 마땅하다. 지금처럼 지지율이 주춤한다면 머지않아 역전 당할 순간이 올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 하나의 조건, 즉 '보수 단일화'라는 전제 위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여기서 꼬인다. 단일화가 불가하다는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끝까지 이준석”을 선언하며 단일화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개혁신당이라는 간판 아래 어떤 인사와도, 어떤 당과도 협상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날 만큼은 이준석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의 어조는 단호했고, 눈빛엔 치욕을 잊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 그는 국민의힘에 의해 내쳐졌고, 쫓겨났고, 그 수모를 견뎠다. 그런 그가 다시 보수 기득권의 손에 자신을 내 맡길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김문수는 어떤가. 그는 보수의 상징이다. 헌신과 신념의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양보하라", "사퇴하라"는 말은 모욕에 가깝다. 이미 그는 한덕수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밀려난 경험이 있다. 다시는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그의 권력욕도 엿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양측 모두에게 후보 사퇴는 불가능하다. 이쯤 되면 단일화라는 말 자체가 환상에 불과하다. 정치 공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금 보수진영이 쏟아내는 단일화론은 현실 인식 부재의 자기위안에 가깝다. 희망고문일 뿐이다. 들끓는 민심을 '책상머리 계산기'로 잠재울 수 있다고 믿는가. 오산이다.

곰곰히 따져 보자. 이준석은 단일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굴욕을 거부하는 것이다. 김문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사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의 부정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대통령 후보직은 생존이고 명예다. 보수 진영이 이 두 사람을 움직이려면 감성도, 계산도 아닌 '명분'을 꺼내야 한다.

정치에는 때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은 누가 맞고 틀리냐가 아니라, 누가 이재명을 꺾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둘 중 하나가 결단해야 한다. 그것이 단일화의 본질이다. 대의를 위해 누군가는 물러서야 한다. 그리고 물러서는 자에겐 반드시 명예로운 자리를 약속해야 한다. 대통령은 김문수, 국무총리는 이준석. 혹은 대통령은 이준석, 국무총리는 김문수. 이재명을 저격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는 여기에서 갈린다.

이대로 가면 이재명은 승리한다. 김대중과 김영삼이 단일화 실패로 민주세력이 정권을 내줬던 비극이 재연될 뿐이다. 보수가 또다시 내분과 자존심 싸움으로 기회를 날린다면, 역사는 그것을 실패라고 기록할 것이다. 그리고 보수진영 유권자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 누가 물러서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큰 승리를 만들어 내느냐의 문제다. 단일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단일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재명에게 정권을 헌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